[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빅보이' 이대호가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 MLB.COM은 28일(한국시간) "이대호가 40인 로스터에 포함됐으며, 개막 25인 엔트리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헤수스 몬테로, 스테판 로메로와 함께 1루수 플래툰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이대호는 경쟁자들을 뿌리치고 개막 엔트리 진입에 성공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지난해 일본시리즈 MVP를 차지한 이대호는 프리미어12 대표팀 합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빅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꿈과 "지금이 아니면 못 갈 것 같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결심이었다. 소프트뱅크로부터 거액의 연봉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대호에게 돈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후 한국의 프리미어12 초대 우승을 이끈 이대호는 1월 미국에서 훈련을 소화하며 소속팀을 찾았다. 그러나 이대호의 새둥지는 쉽사리 결정되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에서 타격 능력을 입증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의 시선이 있었다. 또한 큰 체격 때문에 수비와 주루 플레이에서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받았다.

결국 이대호의 새 소속팀은 예상보다 늦은 2월에야 결정됐다. 이대호는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에 승격하면 최대 4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지만, 25인 로스터 진입은 보장이 되지 않은 계약이었다. 이로 인해 계약 내용이 처음 알려졌을 때에는 축하보다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짧은 스프링 캠프에서 단기간에 실력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마이너리그로 가거나, 옵트 아웃을 통해 다시 새 소속팀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호는 실력으로 모든 어려움을 이겨냈다. 스프링 캠프 초반에는 비자 발급이 늦어져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바람에 마음고생도 있었다. 하지만 비자 발급 이후 실전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증명했다. 특히 우려했던 수비와 주루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며 자신에 대한 선입견을 모두 날려버렸다.

개막 로스터 합류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한 이대호는 이제 정규시즌을 통해 자리 굳히기에 나선다. 공교롭게도 이대호의 첫 상대는 '친구' 추신수가 뛰고 있는 텍사스 레인저스다. 시애틀은 오는 4월5일 텍사스와 2016시즌 개막전을 갖는다. 메이저리그에서 만나자는 두 친구의 약속이 실현되는 셈이다.

먼 길을 거쳐 메이저리그 입성의 꿈을 이룬 이대호가 정규시즌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며 메이저리그 정착이라는 두 번째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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