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첫 번째 고비를 맞았다.

박병호는 23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 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지만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벌써 5경기 연속 침묵이다. 박병호가 5경기 연속 무안타를 기록한 것은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처음이다.

2016시즌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발을 내디딘 박병호는 걱정과 달리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소속팀 미네소타가 부진에 빠진 와중에도 대형 홈런을 연달아 쏘아 올리며 팀에서의 입지를 굳혔다. 덕분에 박병호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타자 가운데 가장 많은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타순 역시 점점 상향 조정됐다.

지난 14일에는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달린 박병호는 타율을 0.257까지 끌어 올렸다. 방망이에 공을 맞추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장타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이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18일부터 극심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박병호는 18일부터 열린 5경기에서 18타수 무안타 1볼넷 8삼진에 그쳤다. 그사이 타율은 0.220(127타수 28안타)까지 추락했다. 5월 이후 가장 낮은 타율이다. OPS 역시 0.797까지 떨어지며 0.800벽이 붕괴됐다.

가장 큰 원인은 박병호의 약점이 노출됐다는 점이다. 지난 한 달여의 데이터를 통해 박병호의 스타일을 파악한 상대팀은 2스트라이크 이후 패스트볼로 박병호를 상대하고 있다. 아직 박병호의 스윙이 95마일(153Km/h) 이상의 빠른 볼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실제로 최근 박병호는 2스트라이크 이후 빠른 볼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는 장면이 많았다.

그러나 이는 극복하지 못할 약점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구속이 한국보다 빠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박병호는 한국에서도 외국인선수들의 빠른 공을 수 없이 담장 밖으로 넘겨 버린 경험이 있다. 빠른 공이 익숙해질 때까지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이 바로 지금일 뿐이다. 문제는 그 시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다.

아이러니하게도 미네소타가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멀어지면서 오히려 박병호의 침묵을 기다려줄 여유가 생겼다. 박병호 역시 조급해하기 보다는 처음부터 스스로를 가다듬으면서 부진에서 벗어날 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처음 산을 넘으면, 두 번째 산을 넘는 것은 더욱 쉬워진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고비를 맞은 박병호가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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