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박보라 기자]이별 앞에서 '쿨' 해질 수 있는 남녀가 얼마나 있을까. 연극 '썸걸즈'는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 이별의 상대방에게 '예의'를 강요하는 기막힘(?)을 그린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 "혈압이 올라 무대에 뛰어오를 수도 있다"는 귀여운 주의가 공연이 끝난 후 100%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썸걸즈' 곧 결혼을 앞둔 남자 영민이 자신의 옛 여자친구들과 재회하면서 드러나는 사연을 담았다. 영민은 상희, 태림, 미숙, 소진에게 찾아가 과거 자신이 일언반구 없이 떠나버린 이별에 대해 사과한다. 무엇보다도 사실적인 무대 위 이야기는 영민이 마치 내 눈앞에 있는, 과거 한 번쯤은 겪었던 '구남친'으로 정의되는 캐릭터의 성격을 완벽히 구현해 내며 분노의 감정을 발생시킨다.


공통분모가 하나도 없지만 이제야 묵은 흉터를 내보이는 영민의 옛 여자친구들은 각자의 성격을 꾸밈없이 드러내며 그가 과거 주었던 뜨거웠던 상처와 현재 주고 있는 차가운 상처를 오버랩시킨다. 결국 이들은 곧 결혼을 한다며 찾아와 용서를 구하는 영민에게 또 다른 씁쓸한 상처를 느낀다. 앞서 영민은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온 세상에 떠들어대며 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깊숙이 남겨놨다.

영민은 '과거 청산'을 위해 옛 여자친구를 찾았고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젠틀한 방법으로 이별의 상처를 끄집어냈다. 영민의 사과는 자신의 일방적인 죄책감을 덜어놓기에 불과했다. 관객들은 영민으로 대표되는 남자들의 심리에 비난하며 돌을 던진다. 이처럼 '썸걸즈'는 영민과 네 여자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너무나도 사실적이게 그려냈다.


공연은 이토록 구질한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의 연애를 말한다.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함께 했던 시간이 눈부시도록 빛났던 관계가 로맨스 소설 속 구질거리는 에피소드로 전략해버렸을 때, 우리는 함께 분노하고 화를 낸다. 불이 꺼진 극장을 나오며 생각했다. 사랑, 그리고 이별. 참 어렵다.


박보라 기자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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