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박보라 기자]팬이라는 이름 아래 권리가 잊혀질 때 허무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트위터를 통해 뜨겁게 논란이 되고 있는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영상 무단 도용 사건은 이와 맥락을 같이 하며 작품에 대한 아쉬움을 자아냈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마니아 관객이 많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지난 2011년 CJ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선정작으로 첫 선을 보인 뒤 2012년 서울뮤지컬페스터벌 예그린 앙코르 최우수작, 2013년 제19회 한국뮤지컬대상 극본상, 더뮤지컬 올해의 베스트 창작뮤지컬상, 국회대상 올해의 뮤지컬상을 휩쓸며 대중적인 인기와 작품성을 인정받은 만큼 뮤지컬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세 번의 공연이 무대에 올라왔고,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팬들의 마음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지난 8일 트위터를 통해 한 뮤지컬 팬은 "자신의 영상이 허락 없이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특별 영상으로 사용됐다"는 글을 게재했다. 팬이 언급한 문제의 영상은 같은날 유튜브를 통해 '2014 여신님이 보고계셔 - [Respect] 배우들'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됐다. 해당 영상에 무단으로 사용된 영상은 뮤지컬 팬이 촬영한 것으로 지난 3월29일 대학로에서 개최한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게릴라 콘서트 영상이다.

팬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6월8일 공연의 홍보영상 제작자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영상의 제작자에게 접촉했다. '여신님이 보고계셔' 측은 "배우들의 인터뷰 중 게릴라 콘서트가 좋은 추억으로 언급됐다"며 "허락한다면 해당 영상물의 일부분을 사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영상의 원작자는 이 메시지에 회신을 하지 않았고 이번 달 8일 자신의 영상이 삽입된 홍보 영상물을 보고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해당 영상 무단 도용에 대한 일침을 날렸다.

이후 '여신님이 보고계셔' 측은 회신 메일을 통해 "가편집본을 만들어 작업을 했다. 연락이 닿을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준비를 했다"며 "끝까지 연락이 되지 않았고 바쁜 와중에 편집본이 그대로 나갔다. 허락하지 않는다는 메일을 받았다면 확실히 일을 진행했을텐데 후반 작업을 다른 사람이 진행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답했다. 또 다시 팬의 항의가 이어지자 "최대한 빠르게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하지만 7월9일 오후까지도 해당 영상은 버젓이 공개 중이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 받기 어려운 소극장 뮤지컬 제작 환경상, 홍보에 있어서 제작 제약을 받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제작사나 홍보사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가 아닌 팬들의 영상을 사용하기 전,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맡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예의이며 소양이다. 창작물로 정의 된 뮤지컬 공연이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때, 팬들의 영상이 애정을 이유로 '당연'하게 제공되며 저작권법의 울타리 밖으로 밀려나는 것은 부당하다.

흔히 '애정은 눈에 보인다'는 말을 한다. 좋아하는 마음이 클수록 더 좋고, 더 예쁘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하지만 팬이라는 이름 아래 '당연한' 일들을 생략해버리고 만다면 상처는 깊어진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는 "화가 나서 일이 손에 안 잡힌다"며 "관객을 왕처럼 대접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돈을 내고 공연이라는 상품을 사는 고객으로 최소한의 대우를 바랄 뿐"이라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총탄이 날라 다니는 전쟁통에서 무인도에 표류하는 여섯 군인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들은 '여신님이 살아계셔 대작전'을 통해 최소한의 인간성을 지킨다. 남과 북의 군인들에게 여신님은 때론 어머니로, 첫사랑으로, 누이로 분해 지치고 아픈 마음을 어루만진다. 이번 일을 바라보며 무인도에 있는 여신님께 말하고 싶었다. "여신님, (답답하고 억울한) 우리가 보여요?"


박보라 기자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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