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박보라 기자]화려한 가발과 장신구가 늘어선 백스테이지를 가로 질러 작은 휴게실로 들어섰다. 문을 열고 들어선 배우 조성하는 특유의 여성스러운 손짓과 함께 높은 목소리로 기자를 반겼다. 뮤지컬 '프리실라'에서 완벽한 여자로 변신한 그와 나눈 이야기들은 행복했다.

"요즘은 깜짝깜짝 놀래요. 앉으면 (다리를) 기본적으로 모으고 앉아요. 간혹은 비틀어도 앉고 싶지만 다리가 짧아 다리만 안벌리려구요.(웃음) 주변 분들도 상당히 좋아하고 자꾸 집사람도 너무 좋아하죠. 제 딸들이요? 매일 공연 보고 싶다고 하죠"

벌써 조성하가 방송을 시작한지 10년이다. 지난 2005년 KBS2 '황진이'로 부드러운 중년미를 안방극장에 선사한 이후 계속 쉴 틈 없이 연기를 지속했다. 올해 종방한 KBS2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후 혼자 쉬고 싶었다고 담담하게 말하던 그를 이끈 작품은 바로 '프리실라'였다.




앞서 조성하는 한사코 뮤지컬을 마다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스스로 "도망다녔다"며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이어 "다른 분들은 일찍 캐스팅이 됐다. 우리 작품 앙상블 막내까지 실력이 대단한 친구"라며 "나는 실력도 없는데 준비할 건 제일 많은 역할인데 공연 전에 한꺼번에 넣으려니 안들어가더라. 아주 짧은 한달 반이지만 거의 하루에 한 두시간 잔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준비할 것이 너무 많죠. 연습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진행됐어요. 공연에서도 마지막까지 하이힐을 신고 코르셋을 입고 생활하는 역할이에요. 그래서 후배들보다도 먼저 와서 풀메이크업을 하고 속눈썹을 붙여야 하죠. 저 같은 경우는 밖에서 남자답게 살다가 공연장에 여자로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더라구요"

그런 조성하에게 '프리실라'의 버나뎃이 자연스럽고 잘 어울린다는 호평을 건네자 "정말 그렇냐"며 밝은 웃음이 되돌아왔다. 그는 여장의 부담스러움을 없애기 위해 '여자'로 다시 태어났다. 자신에게 틱틱거리는 아담을 엄마처럼 감싸준다던지 아들을 만나러 가는 여정에 불안해하는 틱을 누나처럼 안아줬다. 또 극 중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밥 앞에서는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보는 이들은 미소 짓게 만들었다.

"공연을 보시기 전에는 동성애 내지는 소수의 성이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시고 주저하실 수는 잇죠. 하지만 '프리실라'에서는 이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에요. 그냥 '사람'의 이야기죠. 심지어 저는 살면서 트렌스젠더나 동성애자도 못 만나본걸요. 그저 전 '그런 사람이 있구나' 인정할 뿐이죠"




본공연이 시작되기 전 열린 '프리실라'의 미디어콜이 진행된 후 함께 작품에 출연하는 조권의 반응은 뜨거웠다. 결국 조권은 자신의 SNS을 통해 작품에 대한 애정과 편견을 토로했고 큰 박수 갈채를 받았다. 조성하는 당당한 조권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조권은 아담이라는 역할에 싱크로율이 잘 맞는다. 그가 가지고 있는 표현력이 극에 활력을 준다"며 "더 중요한 것은 정말 열심히 한다. 굉장히 멋진 배우로 뮤지컬계에 오래오래 남아있을 것 같다"고 칭찬을 늘어놨다.

"'조성하의 캐릭터 변신이 과연 어디까지 가야할까'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나이를 먹을수록 안 해본 역할이 들어오거나 내가 자신이 없는 내지는 아예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들어왔죠. 하지만 이번 '프리실라'에서는 버나뎃을 보면서 '어떻게 행복하게 만들 것인가'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또 다른 도전이지만 괜찮은 도전같아요"

조성하는 인터뷰 내내 관객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했다. 그는 배우로서 순수한 무대에 대한 열정을 진실함으로 언급했다. 조성하는 마지막으로 "관객의 호흡이 느껴질 때 배우는 가장 행복하다"며 "이 작품은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관객들이 같이 호흡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언급했다. 그의 버나뎃이 아니 무대 위의 한 '여자'가 사랑스럽고 행복해 보인 이유다.


박보라 기자 raya1202@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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