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를 굳이 플래툰으로 기용할 이유가 있을까?

이대호의 활약을 보면서 저절로 드는 의문이다.

이대호는 31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세이프코 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센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경기에 1루수 겸 7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홈런 3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하며 시애틀의 9-3 승리를 견인했다.

올 시즌 좌투수를 상대할 때 주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던 이대호는 이날 샌디에이고가 우완 앤드류 캐쉬너를 선발로 내세웠음에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우완투수를 상대로 감이 떨어지지는 않았을지 우려도 있었지만 기우였다. 이대호는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캐쉬너를 상대로 안타를 터뜨렸다. 이어 8회말 1사 1,3루 찬스에서는 역시 우완투수인 브랜든 마우러를 상대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사실 올 시즌 이대호의 성적을 보면 굳이 이대호의 역할을 좌완 상대 플래툰으로 고정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우타자는 좌완에 강하고 우완에 약하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입성 이후 오히려 우완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이날 경기 전까지 이대호의 좌투수 상대 성적(44타수)은 타율 0.250 3홈런 9타점 OPS 0.752였지만, 우투수 상대 성적(27타수)은 타율 0.259 3홈런 4타점 OPS 0.878로 더 나았다.

이날 경기에서도 우완 투수를 상대로 홈런 포함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결코 우완에 약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간단하게 홈런 숫자만 보더라도 우완을 상대로 기록한 것(4홈런)이 좌완을 상대로 뽑아낸 것(3홈런)보다 많다. 우완 상대 표본이 좌완 상대 표본보다 적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 차이는 더욱 크다.

이쯤 되면 이대호를 고정 1루수로 기용해도 될 법하지만, 시애틀 입장에서도 고민은 있다. 시즌 초반 부진했던 애덤 린드가 슬슬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린드 역시 이날 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제몫을 다했다.

오늘 경기처럼 이대호와 애덤 린드가 1루수와 지명타자 자리를 나눠 갖게 한 뒤, 기존 지명타자 넬슨 크루즈를 우익수로 기용하는 방법도 있긴 하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크루즈에게 가끔 우익수 수비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풀타임 우익수로 기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대호가 좌우 가리지 않고 경기에 나서는 것이 시애틀 전력에 더욱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선두 다툼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시애틀이 이대호를 벤치에 둘 만큼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다.

이대호가 좌우 가릴 것 없이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가운데, 시애틀이 앞으로 이대호 기용법에 새로운 변화를 줄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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