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박보라 기자]뮤지컬 '프리실라'는 우리에게 생소한 '드랙퀸'이라는 단어를 무대 위로 끌어올렸다. 트랙퀸은 여장 남자를 일컫는 말로 단순히 여성스러운 외모를 넘어 여성성이 짙은 사람을 말한다.

지난 2006년 호주 초연을 시작으로 영국 웨스트 앤드, 브로드 웨이, 이탈리아, 브라질, 스웨덴 등 전 세계에서 뜨거운 인기를 받은 '프리실라'는 한국에서도 드랙퀸의 명성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는 드랙퀸의 화려한 쇼가 펼쳐지는 '프리실라' 미디어콜이 개최됐다.

이날 미디어콜에서는 주연 배우 조성하, 고영빈, 김다현, 마이클리, 이지훈, 이주광, 조권, 김호영, 유승엽, 장대웅이 출연해 열연을 펼쳤다. 이들은 공연의 대표 넘버 '속물적 여자' '내 세상을 잘해줘요' '난 괜찮아' '우리 하나야' '남자들이 비처럼 쏟아져'를 차례대로 무대에 올렸다. 특히 시연 장면 내내 화려한 화장과 의상은 쇼 뮤지컬의 면모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무엇보다 이번 시연에서는 '남성'으로 익숙한 배우들의 새로운 모습이 주목을 받았다. 여성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지는 강한 메이크업과 신체의 대부분을 훤히 드러낸 의상은 시연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시작 전 여장에 대해 우려했던 거부감 대신 객석 곳곳에서는 '잘 어울린다'라는 평이 쏟아졌다.

특히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 이름을 알린 조권은 마른 몸매와 특유의 제스쳐로 인해 여자보다 더 여자같은 드랙퀸을 만들어 냈다. 물론 원조 '꽃미남'이란 별명을 가진 김다현도 빼놓을 수 없다. 이날 검은 색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그는 설도윤 프로듀서의 "남자가 아름답게 꾸몄을 때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보여줄 것"이라는 말을 납득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프리실라'는 보는 뮤지컬 뿐 아니라 듣는 뮤지컬로도 정체성을 내세웠다. 뮤지컬 넘버 전곡이 월드차트를 석권한 밀리언 히트 팝으로 구성된 것이 바로 그것이다. 마돈나, 신디 로퍼, 티나 터너, 도나 썸머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노래로 채워진 공연은 남녀노소를 모두 흥겨움에 취하게 만든다.

이어 설도윤 프로듀서는 '프리실라'를 소개하며 "흥겹고 편안하게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낯설고 어색한 드랙퀸이라는 소재를 아이와 엄마(혹은 아빠)라고 불리는 혈연 관계를 통해 감동의 메시지를 전하는 애틋함도 있다. 그는 "마지막 장면에서 많은 분들이 눈물을 훔쳤다"며 공연이 선사할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를 예고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성소주자에 대한 생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지금,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떼고 무대 위 감칠 맛 나는 이들의 화려한 쇼는 보는 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할 지도 모르겠다. 작품이 성소주자의 이야기보다 인간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춘 탓이다. 유쾌한 이들의 여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이유다. 오는 9월2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박보라 기자
사진=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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