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 '쇠맛'부터 '달콤한 맛'까지…고척돔 가득 채운 '컴플랙시티' [ST리뷰]

입력2026년 08월 08일(토) 21:07 최종수정2026년 08월 08일(토) 21:08
에스파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그룹 에스파가 '쇠맛'으로 고척돔을 집어삼키더니, 이내 달콤하고 섬세한 맛으로 팬들의 마음을 녹였다. 강렬함과 감미로움, 그리고 네 멤버의 개별적인 색깔까지 한곳에 모은 무대였다. 에스파는 자신들의 세계관을 공연이라는 거대한 서사로 확장하며 새로운 월드 투어의 출발을 알렸다.

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에스파 라이브 투어-싱크: 컴플랙시티-(aespa LIVE TOUR -SYNK: COMPLaeXITY-)'가 개최됐다.

7~8일 양일간 진행된 이번 공연은 에스파의 첫 고척돔 입성이자 네 번째 월드 투어의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관심을 모았다. 양일간 약 3만5000명의 관객이 고척돔을 찾았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모여든 마이(MY·팬덤명)들은 한여름의 열기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함성으로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는 이날 정규 2집 '레모네이드(LEMONADE)'를 시작으로 새롭게 펼쳐지는 세계관을 공연에 담아냈다. 핵심 키워드는 'CRACK(균열)'으로, 에스파와 또 다른 자아인 ae-aespa가 에러와 버그에 휘말리며 충돌하고, 침입과 감금, 각성을 거쳐 마침내 해결에 이르는 이야기가 다섯 개의 섹션으로 펼쳐졌다.

지난 5월 발표한 '레모네이드(LEMONADE)'로 포문을 연 에스파는 '스위치블레이드(Switchblade)', '위플래쉬(Whiplash)', '블랙 맘바(Black Mamba)', 'WDA (Whole Different Animal)'를 연이어 선보이며 고척돔을 단숨에 장악했다. 특히 '쇠맛'으로 대표되는 에스파 특유의 강렬한 사운드와 압도적인 퍼포먼스는 대형 공연장에서 더욱 선명하게 살아났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여기에 세계관을 활용한 장치들이 공연의 몰입도를 높였다. 해킹된 'MY WORLD'가 등장하고, ae-aespa가 '레모네이드(LEMONADE)' 무대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지금 무대에 서 있는 존재는 에스파인가, ae-aespa인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단순히 히트곡을 이어 붙이는 콘서트가 아닌, 공연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로 기능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강렬함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이날 카리나의 피아노 연주로 시작된 '카운트 온 미(Count On Me)'에서는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라졌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네 멤버는 앞선 무대에서 보여준 날카로운 카리스마 대신 호소력 짙은 보컬을 꺼내 들었다. '서스티(Thirsty)', '캔트 헬프 마이셀프(Can't Help Myself)'까지 이어지는 무대에서는 에스파가 가진 또 다른 얼굴이 드러났다. 차갑고 미래적인 이미지 뒤에 숨겨져 있던 에스파 멤버들의 보컬과 감성이 고척돔을 촉촉하게 적셨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공연 시작 약 40분 만에 네 멤버가 마이크를 잡고 마이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면서 분위기는 더욱 가까워졌다. 카리나는 "'싱크: 컴플랙시티' 마지막 공연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했고, 윈터는 "어제보다 텐션이 좋은 것 같아요. 여러분이 봤을 때 어때요? 오늘이 더 나아요?"라고 물었다.

마이들의 뜨거운 함성이 돌아오자 카리나는 "어제도 좋았어요? 그게 정답이에요"라고 웃으며 "더운 날씨에 저희와 시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남은 무대가 많으니 기대 부탁드려요"라고 말했다.

글로벌 그룹다운 소통도 이어졌다. 지젤은 능숙한 영어로 위버스 라이브를 통해 공연을 지켜보는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고, 일본어로도 팬들과 만났다. 이어 닝닝은 중국어로 인사를 전했다. 카리나와 윈터는 "그리고 한국분들"이라며 손키스를 보내며 국내 팬들을 향한 애정도 잊지 않았다.
카리나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이번 공연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네 멤버의 4인 4색 솔로 무대였다. 카리나는 '16 Bit'를 통해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신스 사운드와 그루브를 선보였다. 직접 작사에 참여한 이 곡은 내면에서 때때로 자신의 모습이 흐릿해지는 순간을 끊임없이 깨지고 붙기를 반복하는 픽셀에 빗대 표현했다. 강렬한 퍼포먼스 뒤에 감춰진 카리나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무대였다.
윈터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윈터는 '새들 업(Saddle Up)'으로 당당한 매력을 드러냈다. 그루비한 트랙과 리드미컬한 탑라인 위에 '나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하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윈터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단단한 보컬이 곡의 주도적인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지젤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지젤의 'BYEB4HELLO'는 밝고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 속에 반전의 감정을 품었다. 지젤이 작곡과 작사에 참여한 이 곡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알면서도 끝내 상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냈다. 화려한 겉모습과 쓸쓸한 내면이 교차하는 곡의 정서가 지젤만의 색깔과 맞물렸다.
닝닝 / 사진=SM엔터테인먼트

닝닝은 '아이 러브 유 벗 아이 가타 렛 유 고(I Love You But I Gotta Let You Go)'로 완전히 다른 결의 감성을 보여줬다. 웅장한 스트링이 돋보이는 발라드 위에 직접 작곡·작사에 참여한 곡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어쩔 수 없이 놓아줘야 하는 마음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폭발적인 고음으로 대표되는 닝닝의 보컬이 절제된 감정선과 만나 깊은 여운을 남겼다.

네 멤버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면, 유닛 무대에서는 서로 다른 두 색깔이 만나 새로운 결을 만들어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지젤과 닝닝은 '롤리팝(Lollipop)'으로 호흡을 맞췄다. 두 멤버가 직접 작곡과 작사에 참여한 이 곡은 밝고 몽환적인 R&B 사운드에 서로를 향한 애정을 위트 있고 귀엽게 풀어냈다. 곡 제목대로 한입 베어 문 사탕처럼 달콤한 매력을 선사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카리나와 윈터는 '세레나데(Serenade)'로 유닛 무대를 꾸몄다. 도쿄돔 공연에서 선공개된 이 곡은 중독성 있는 신스 라인과 보컬 찹이 돋보이는 EDM 댄스곡이다. 세상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당당하게 즐기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만큼 두 멤버의 강렬한 에너지가 돋보였다. 팬들의 함성은 고척돔을 가득 메웠다.

이번 고척돔 공연은 에스파의 스케일을 더욱 크게 확장했다. 에스파가 그동안 쌓아온 것을 집대성하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고척돔에서 새로운 월드 투어의 첫 장을 연 에스파는 이제 더 넓은 세계로 향한다. 이번 투어는 서울을 시작으로 타이베이, 상파울루, 산티아고, 리마, 멕시코시티, 해밀턴, 엘몬트, 워싱턴 D.C., 애틀랜타, 마이애미, 댈러스, 로스앤젤레스, 오클랜드, 시애틀, 밴쿠버, 맨체스터, 런던, 암스테르담, 스톡홀름, 코펜하겐, 베를린, 밀라노, 바르셀로나, 파리 등 북미·남미·유럽을 포함한 총 25개 지역에서 펼쳐진다.

'싱크: 컴플랙시티(SYNK: COMPLaeXITY)'라는 이름처럼 복잡하게 얽히고 갈라진 세계를 지나, 결국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에스파다. 첫 고척돔 공연은 그 여정의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이날 고척돔에서 확인한 것은 분명했다. 에스파의 '쇠맛'은 여전히 강력했고, 그 안에 숨겨둔 '달콤한 맛'은 생각보다 훨씬 깊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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