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디 고든(마이애미 말린스)이 시즌 첫 홈런을 쏘아 올렸다. 하지만 얼굴에는 미소 대신 눈물만 가득했다.

2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말린스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 뉴욕 메츠의 맞대결. 하지만 말린스 파크에는 경기에 대한 설렘보다는 슬픔이 가득했다. 지난 25일 보트 사고로 사망한 호세 페르난데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페르난데스는 지안카를로 스탠튼과 함께 마이애미 말린스를 대표하는 스타였다. 지난 2011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4순위로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은 페르난데스는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경이적인 활약을 펼치며 그 해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내셔널리그 신인왕도 페르난데스의 몫이었다.

2014년과 2015년 팔꿈치 수술로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한 페르난데스는 2016년 현재까지 16승8패를 기록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현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가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라면, 미래의 최고 투수는 호세 페르난데스라는 것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가 모든 것을 망쳤다. 페르난데스는 당초 26일 등판할 예정이었지만, 돈 매팅리 감독의 배려로 하루 더 휴식을 취하게 됐다. 여유가 생긴 페르난데스는 취미인 낚시를 즐기기 위해 친구 2명과 함께 바다로 나섰지만,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미국 해안경비대는 사고의 원인이 과속으로 보이며 음주나 약물 사용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일 예정된 마이애미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경기는 취소됐다.

페르난데스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야구계는 충격에 빠졌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마이애미 구단과 동료들이었다. 매팅리 감독은 기자회견 동안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다른 선수들 역시 빨리 떠나간 동료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27일 경기는 페르난데스의 사망 이후 열리는 마이애미 구단의 첫 경기로 관심을 모았다. 마운드에는 페르난데스의 등번호 16번이 새겨졌고, 마이애미의 모든 선수들이 페르난데스의 이름과 16번을 달고 뛰었다. 또한 16번은 마이애미 구단의 영구 결번으로 지정됐다.

그리고 1회말 마이애미의 첫 번째 공격. 페르난데스와 가장 친했던 고든이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고든은 메츠 선발 바톨로 콜론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대형 홈런을 때렸다. 고든의 시즌 첫 홈런.

베이스를 도는 동안 고든은 눈물을 흘렸다. 홈을 밟은 뒤에는 하늘을 가리키며 페르난데스를 추모했다. 친구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동료 선수들도 축하 대신 눈물을 흘리며 고든을 맞이했다. 모든 관객은 일어나 고든과 페르난데스에게 박수를 보냈다. 야구 역사상 가장 슬픈 홈런이었다.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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