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소주전쟁' 이제훈이 배우와 소속사 대표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제훈은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투데이와 만나 영화 '소주전쟁'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소주전쟁'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소주 회사가 곧 인생인 종록(유해진)과 오로지 성과만 추구하는 글로벌 투자사 직원 인범(이제훈)이 대한민국 국민 소주의 운명을 걸고 맞서는 이야기.

먼저 이제훈은 "개봉 후 무대인사, 인터뷰 등을 진행하며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을 했다. 관객들을 만나고, 실시간 리뷰를 읽으며 어떤 캐릭터에 더 공감하는지 찾아보기도 했다"며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주셔서 재밌었다. 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는 개봉 소감을 전했다.

이어 "관객의 시선으로 볼 때 인범의 입장은 요즘 세대들의 마인드에 더 부합하는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인범 역을 표현하는 데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며 "나도 배우 일과 매니지먼트 일을 병행하다 보니 종록의 입장도 너무나 공감이 되더라"고 밝혔다.

현재 이제훈은 '컴퍼니온'의 소속 배우이자 대표로서 운영도 맡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일에 대한 온·오프가 명확했다면 지금은 일이 곧 나고 내가 일이 됐다. 쉼이 없어 지치고,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게 정신없을 때가 많다"면서도 "작품으로 관객과 시청자를 만나고, 피드백을 받는 순간이 기대가 된다. 오너로서 직원들에겐 쉴 수 있는 날을 충분히 확보해 주려고 노력하지만 역으로 나 스스로는 그걸 못 지키고 있어 아이러니하더라. 벌써 일이 없는 내년이 걱정될 정도"라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소주전쟁'이 개인의 일과 삶, 거시적으론 국가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만큼 출연 배우로서의 생각도 남달랐다. 이제훈은 "인범을 연기하며 어떤 가치관으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큰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소재의 작품이 국내에서 나올 수 있어 기쁘다"며 "일이라는 것 자체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인범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다. 요즘 세대들은 인범의 마인드를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제훈은 작품을 통해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렸다고 언급했다. 그는 "저희 집도 IMF 당시 장사가 잘 안 돼 가세가 기울었고, 아버지가 새벽마다 일용직 근로를 찾으러 나가시는 모습을 봤다. 당시엔 '우리 집이 많이 힘들구나, 어떡하지'라는 생각은 했지만 진정으로 헤아리진 못했던 것 같다"며 "그게 너무 죄송스러웠다. 시나리오를 보며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사실 종록이 계략을 숨기고 접근한 인범에게 실망하는 모습, 아버지로서 처한 상황 등이 최종본에선 많이 삭제가 됐다. (편집되지 않았다면) 인범이 흔들릴 수밖에 없던 딜레마를 수월하게 설명할 수 있었을 것 같다"며 "내가 보기에도 '관객 입장에선 좀 헷갈릴 수 있겠구나' 싶더라. 인범은 회사 때문에 가정을 잘 돌보지 않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종록을 보고 답답함과 공감을 동시에 느낀다. 이런 부분을 많이 설명해드리지 못해 아쉽다"고 짚었다.

아울러 수많은 영어 대사에 대한 고충도 이어졌다. 그는 "그냥 냅다 노력한 것 같다. 느리게 읽었다가 빠르게 읽었다가, 크게도 해보고 작게도 해보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준비를 했다"며 "어느 정도 하다 보면 괜찮겠지 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연습했다. 못하는 실력으로 밤새 애썼다"고 웃어 보였다.

소주가 작품의 소재인 만큼 술에 대한 질문도 빠지지 않았다. 이제훈은 "촬영 당시에는 술을 안 마셨다. 다만 대학생 시절 술을 마시고 숙취로 고생하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연기했다"며 "오히려 영화 홍보로 인해 예능을 촬영하면서 소주를 마시는 일이 많았다. 처음엔 안 마시겠다고 다짐했지만 분위기 때문에 어느새 마시게 되더라. 그게 소주만의 특별한 매력인 것 같다. 짠하고, 서로 달아오르고, 즐겁게 취하고…인생의 고통과 환희를 모두 느끼게 하는 매개체인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작품 외적인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이제훈은 "함께 호흡한 유해진 선배는 1990~2000년대 한국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함께할 땐 정말 편하고 재밌는데, 생각해 보니 정말 엄청난 배우였다. 지금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며 "주변 사람을 무장해제시키고 웃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와 함께 침체된 국내 극장 상황에 관한 생각도 밝혔다. 이제훈은 "극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위기라고 생각한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그런 부분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있다"며 "작품 선택에 있어서도 더 신중해진다. 선택한 만큼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다. 보는 분들의 시간과 돈을 아깝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까지 든다"고 강조했다.

이어 "좀 더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아주시고 영화를 즐겨주셨으면 한다. 스펙터클하고 시각효과가 화려한 상업영화도 있지만,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만든 독립영화도 있다"며 "나 역시 그런 습작을 통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이 친구들이 이런 꿈을 갖고 이런 영화를 만드는구나' 하면서 응원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끝으로 이제훈은 차기작 tvN '두번째 시그널'에 대한 스포일러를 던졌다. 2016년 방영된 전작 '시그널'은 한국 장르물계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 속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바 있다.

그는 "나도 시즌 2가 언제 나올지 모르고 있었다. 사실 10년 전 이야기를 다시 꺼내 쓴다는 것 자체가 작가님 입장에선 엄청난 부담이지 않았을까 싶다"며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여러분도 나름 상상하고 계실 텐데, 분명 상상 그 이상일 것이다. 나도 대본을 읽으며 정말 흥분됐다. '두번째 시그널'은 나뿐만 아니라 출연한 배우들 그리고 김은희 작가님의 마스터피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혀 기대감을 더했다.

이와 함께 "행복하게, 치열하게 촬영하고 있다. 촬영은 약 60% 정도 진행된 상태"라며 "나도 8부작인 점이 너무 짧아 아쉬웠다. '16부작이면 안 되나' 싶었다. 어쨌든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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