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표 믿음의 야구, 결말은 '준우승만 5번' 꼬리표 [ST스페셜]

입력2025년 11월 01일(토) 00:31 최종수정2025년 11월 01일(토) 00:31
김경문 감독-김서현/ 사진=권광일 기자
[대전=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결국 '2등 감독' 징크스는 깨지지 않았다.

한화 이글스는 31일 오후 6시 30분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LG 트윈스와 홈 경기에서 1-4로 패배했다.

이로써 한화는 시리즈 전적 1승 3패를 기록, 안방에서 LG에 우승을 내주는 쓴맛을 봤다.

정규 2위 한화는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를 뚫고 2006년 이후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랐지만 반전 드라마를 쓰지 못했다. 한화의 마지막 우승은 1999년으로, 무려 26년 전이다.

김경문 감독 역시 KBO 통산 5번째 준우승이라는 멍에를 썼다. 이는 역대 KBO KS 최다 준우승 2위이자 우승 없는 최다 준우승 1위 기록이다.

최다 준우승은 전 빙그레 이글스 고(故) 김영덕 감독의 6회다. 다만 김영덕 감독은 프로 원년인 1982년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 1985년 삼성을 정상에 올려놨다.

2004년 두산 베어스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경문 감독은 2005년 정규 2위의 성적을 거두며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그러나 삼성 라이온즈에 4연패로 스윕을 당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2007년엔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의 창단 첫 우승을 대줬다. 당시 두산은 KS 1, 2차전을 모두 따냈지만, 내리 4번을 패하며 트로피 획득에 실패했다. 두산은 2008년에도 SK와 맞붙었지만 4연패에 빠지며 2년에 걸쳐 6연패라는 수모를 겪었다.

2011년 스스로 두산 감독직에서 내려온 김 감독은 이후 신생팀 NC 다이노스로 이동해 초대 감독이 됐다. 그는 2016년 정규 2위를 기록,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으나 두산에 4전 전패하며 또다시 준우승 감독이 됐다.

이후 야인 생활을 이어가던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 한화의 사령탑으로 선임되며 현장에 복귀했다. 2024년 부임 첫 해 8위에 그쳤던 한화는 올해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며 가을야구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김경문 감독 / 사진=권광일 기자
김 감독도 두산, NC에 이어 커리어 5번째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게 됐다. 그는 시리즈 시작 전 진행된 미디어데이에서 "준우승을 많이 했다. 우승에 대한 목마름은 항상 있다"며 욕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번에도 끝내 결실을 맺지 못했다.

앞서 원정 1, 2차전을 모두 지며 KS 기준 잠실야구장 11연패를 당한 그는 안방으로 자리를 옮긴 3차전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따내며 반등을 노렸지만, 준우승 '5번'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선수단의 성적보다 아쉬운 건 감독의 운용이었다. 김경문 감독의 고집이 시리즈 향방을 좌우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승 2패로 뒤진 상황에서 4차전에 돌입한 한화는 7회까지 3-0으로 앞섰다. 선발 투수로 나선 와이스가 LG의 타선을 꽁꽁 묶었다.

8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와이스는 박해민과 홍창기를 삼진으로 솎아내며 2아웃을 잡아냈고, 이후 신민재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김범수와 교체됐다.

그러나 김범수는 김현수에게 적시타를 맞았고, 문보경에게도 좌전 안타를 내줬다. 2사 1, 2루 위기에 몰린 한화는 결국 김서현을 교체 카드로 꺼내 들었다.그리고 이 선택은 역전패의 시작이 됐다.

김서현/ 사진=권광일 기자
예고된 악재였다. 올 시즌 한화의 마무리 투수 임무를 맡은 김서현은 올 시즌 2승 4패 33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했다. 전반기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42경기에서 1승 1패 22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1.55를 작성했다.

하지만 후반기부터 페이스가 급격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김서현의 후반기 성적은 27경기 1승 3패 1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5.68이다.

위험 신호는 일찌감치 있었다. 김서현은 지난 1일 SSG 랜더스와 시즌 최종전에서 팀이 5-2로 앞선 9회말 마무리 투수로 등판했다. 그러나 현원회, 이율예에게 투런포를 허용하며 패전이 됐고, 정규시즌 타이브레이커가 성사될 기회를 날렸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김서현의 부진은 계속됐다. 삼성과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1차전에서 팀이 9-6으로 앞선 상황 등판했지만 선두타자 이재현에게 솔로포를 맞는 등 0.1이닝 3피안타(1피홈런) 2실점을 기록했다.

김서현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4차전에선 6회에 올라왔으나 김영웅에게 동점 3점포를 맞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김경문 감독은 김서현에게 끝없는 믿음을 보이며 '꾸준한 기용'을 약속했다. 실제로 김서현은 지난 26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 구원 등판해 하나의 아웃카운트를 무실점으로 잡아냈다. 3차전에선 마무리 투수로 나와 1.2이닝 1피안타 1사사구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3차전 종료 후 김서현은 폭풍 눈물을 흘렸다. 그는 "SSG전부터 자신감을 잃었고, 야구장에서도 위축됐다. 9회를 막은 경기가 너무 오랜만이었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던 게 생각나서 감정이 나왔다"고 이야기했다.

김경문 감독도 "저도 놀랄 정도로 선수들에게 심한 말이 많이 나오더라. 감독인 저도 마찬가지"라며 "감독 못지않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선수다. 감독을 믿고 호응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록은 승리지만 투구 내용은 좋지 않았다. 김서현은 3차전 당시 한화가 1-2로 뒤진 8회초 1사 1, 3루에 등판했으나 곧바로 폭투를 던져 3루 주자를 홈으로 들여보냈다. 8회말 한화 타선이 대거 6점을 뽑아내며 김서현은 승리 투수가 됐지만, 9회초에도 안타와 사구로 주자를 내보내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믿음의 야구'로 김서현을 사지로 내몰았다. 기세를 이어가야 하는 4차전, 김 감독은 8회에 이어 9회 마운드에도 김서현을 올렸다.

팀이 4-1로 앞선 상황에 나선 김서현은 9회초 선두타자 오지환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벤치의 움직임은 없었다. 결국 김서현은 박동원에게 투런포를 맞았고, 1사 후엔 박해민에게 볼넷을 내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후 기세를 탄 LG는 9회에만 무려 6점을 뽑아내며 7-4로 승부를 뒤집었고,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3차전 승리의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한화는 시리즈 전적 3패를 기록, 벼랑 끝까지 몰렸다. 그러나 경기 후 김 감독은 김서현의 부진을 두고 "맞고 나서 얘기하는 건 할 말이 없다. 8회는 잘 막았다"며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늘어놨다.

2004년생 김서현은 지난 2023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다. 올해로 프로 데뷔 3년 차에 접어든 그에게는 '생애 첫 가을야구'라는 울타리가 있다.

그러나 '베테랑' 김경문 감독은 흔들리는 선수를 계속해서 마운드에 올렸다. 선수의 성적을 떠나 멘탈까지 흔드는 기행이었다. 감독은 선수에게 무조건적인 믿음을 보이는 야구를 해서는 안 된다. 선택 하나에 팀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며, 팀의 승리를 위한 결단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김경문 감독의 선택으로 한화는 반등의 기회를 놓쳤다.

[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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