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 이래서 올바른 역사교육이 중요하다고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입력2026년 08월 14일(금) 17:01 최종수정2026년 08월 14일(금) 18:01
사진=하영 SNS
[스포츠투데이 윤지혜 칼럼] 적지 않은 비극이 무지에서 비롯된다. 만약 그녀가 자신의 증조부가 단순히 최초의 서양식 병원을 개원하고 고종을 진료하기만 한 게 아니라 친일 단체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바 있는 의사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더라면, 현재 마주하고 있는 폭풍이 덜했거나 피해 갈 여지를 마련했을 테다.

배우 강동원이 자신의 외증조부가 친일파였음을 인지한 건 어느 매체의 기사를 통해서였다. 당시 그의 소속사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삭제를 요청했으나 민족문제연구소(친일인명사전 발간기관)에 남겨진 기록에 따르면 여러 친일 행적을 한 인물임이 분명했고. 이에 강동원이 직접 사과의 뜻이 담긴 보도자료를 발표하며 해당 논란은 일단락된 바 있다.

그의 외조모가 독립유공자 자손이었고 평소 외증조부에 관해 미담만 전해준 터라 조금도 생각지 못했다고, 역사에 대해 더 공부하고 반성하겠다는 진심 어린 해명이 대중의 마음을 설득한 결과였다. 얼핏 유사해 보이나 완전히 다른 경우로, 현재 본의 아니게, 그러나 스스로 친일파의 후손임을 밝히는 꼴이 되어 매우 곤욕스러운 상황에 부닥친 인물, 배우 하영이 있다.

지난 7일 하영은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증조부에서 조부, 부친, 언니로 이어지는 4대째 의사 집안 출신임을 밝히며 특히 증조부에 관해 좀 더 언급했고, 문제는 바로 여기서 비롯되었다. 하영에 따르면 그녀의 증조부는 일본 유학 후 한양에 최초로 서양식 병원을 세웠고, 고종을 진료하기도 했다는데 알고 보니 친일 단체 명단에 이름까지 올린 유명한 친일파였던 것.

하영의 소속사 측은 처음엔 사실무근이라 대응했으나 역사학계가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자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하고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런데 하필, 하영의 증조부 이름에 독립운동가에게 쓰곤 하는 존칭인 ‘선생’을 붙이며, 안 그래도 하영의 과거 발언이나 부친이 남긴 편지 등이 언급되며 커지고 있는 논란을 한층 가중시키는 꼴을 만들었달까.
사진=하영 SNS

심지어 부친이 남긴 편지에선 다음의 문장이 재조명되기까지 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지금 내가 너에게 이런 얘기를 거리낌없이 할 수 있는 것도 세월이 우리 편에 서서 고맙게 흘렀기 때문”이란 대목인데, 당시에는 선천성 단지증(손가락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하영의 언니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증조부의 친일 행적이 확인된 상황에서 다시 보니, “세월이 우리 편”이란 부분이 이어 자신의 집안을 의료 명문이라 소개하는 것과 맞물리며, 친일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당사자는 물론이고 후손까지 대대로 부와 사회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겠냐는 비판적 재해석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광복절 또한 앞두고 있어, 하영이 직접 사과의 목소리를 내었음에도 비판 여론은 쉽게 잦아들지 않는 중이다. 사실 하영 본인만의 잘못이라 할 순 없다. 우선 그녀를 여태 무지한 상태로 있게끔 한 가정 교육의 문제와 더불어 올바른 역사 교육의 부재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고, 무엇보다 소속사의 무지하고 무능력한 조치 또는 대처가 더 큰 화를 불러왔다.

백번 양보하여 아티스트 본인이 무지할 수 있다고 하자. 무지하여 실수를 저질렀다고 하자. 이를 미리 파악하여 주의를 줄 수 있다면야 베스트겠지만, 미처 챙기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즉각적인 조치를 하는 데 있어서 사안의 본질을 직시하고 바로잡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했다.

안타깝게도 하영의 소속사는 하영과 다름없이 무지했고,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대처밖에 하지 못했다. 그 결과, 하영이 직접 게시한 사과문에도 불구하고 비난은 사그라지지 않고 도리어, 그간 그녀가 한 모든 말과 행동이 나름의 연관성을 지니고 일제히 수면 위로 끌어올려지고 있다. 실로 안타깝기 그지없는 실정으로, 이래서 올바른 역사 교육이 그토록 중요하다.

[스포츠투데이 윤지혜 칼럼니스트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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