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정2026.08.21 22:31:17
기사입력2026.08.22 08:00:10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운명처럼 만난 작품과 역할. 공효진일 수밖에 없었다. 영화 '경주기행' 속 어디에 존재할 것 같은 평범한 장녀 역할로 깊은 여운을 남긴 그다.
26일 개봉되는 '경주기행'(감독 김미조·제작 스튜디오 하이파이브)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를 위해, 8년의 기다림 끝에 여행을 떠난 네 모녀 옥실(이정은), 장주(공효진), 영주(박소담), 동주(이연)의 가족 복수극이다.
공효진은 극 중 첫째 장주 역을 맡았다. 엄마의 말은 무조건적으로 따르고, 동생들을 통솔하는 K-장녀를 현실적으로 소화했다.
언론배급시사회부터 반응이 좋은 '경주기행'이다. 하지만 공효진은 해당 작품에 출연하지 못할 뻔했다고. 그는 "'경주기행'은 처음에 고사한 작품이었다. 그 당시 스케줄이 할 수 있는 스케줄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고사했는데, 실제로 매니저들한테 누가 캐스팅되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엎어지기엔 아까운 대본이었다. 그런데 반년 정도 지났나. 감독님이 저한테 한 번 더 시간을 맞춰볼 수 없냐고 물어보셨다. '다시 오다니?' 싶더라. 마음속 깊이 잔상을 남겼던 대본이다. 읽고 나서 2~3일 기분이 묘했다"고 떠올렸다.
공효진은 장주라는 캐릭터의 중심을 어떻게 잡으려고 했을까. 그는 감독과의 대화 끝에 장주는 '엄마의 사령탑'이란 힌트를 얻었다. 그는 "감독님이 절 어떻게 쓰고 싶은지 저도 궁금했다. 엄마 역할을 이해하는 게 어렵기도 했다. 엄마가 어떤 상태일까, 장주라는 사람이 엄마를 이해하려면 확실하게 결정하고 연기를 시작해야 하는데, 엄마의 상태도 혼란스럽고 복잡한 상태여서 딸이 엄마를 바라볼 때 안정감이 있는지 없는지를 설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장주는 엄마 쪽에 있는 거다. 과한 애정이 있어서 엄마를 가장 많이 이해하고 있는, 엄마가 하자고 하면 해야 하는 압박을 느끼는 딸로 생각했다. 밸런스가 기이했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엄마한테 반항하는 신에서 더 극적으로 대비가 됐던 것 같아요. 영주(이연)가 '우리 집은 군대야?'라고 얘기하는 대사가 있는데 평범하면서도 저 집에 흐르는 서열과 유대감이 복잡하고 불안정해 보였으면 했죠. 사실은 장주는 겁 많은 딸, 이 상황이 무서웠고 도망치고 싶었던 딸이었던 것 같아요."
장주가 지닌 입체적인 면모와 극의 전환점은 남편과 딸아이가 등장하는 신이었다. 공효진은 해당 흐름에 대해 "남편이 딸과 함께 나타나면서 장주가 각성을 한다. 동생을 통솔해야 하는 언니였다가 가족이 오면서 내가 지켜야 하는 딸이랑, 나는 그 둘을 지켜야 했던 마음 말이다. '우리 그냥 잊고 살자 새출발하자'라고 하는데, 엄마가 장주 얘기에는 눈물을 흘리지 않나. 그게 너무 좋은 타이밍이었다고 생각한다. 흥미롭게 웃으면서 보다가 거기서부터 이 여자들이 얼마나 혼돈의 카오스일까 같이 느끼면서 영화의 색이 살짝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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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공효진이라는 사람의 포지션은 어떨까. "나도 독불장군인 것 같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던 그는 "아빠는 저한테 앙칼지고, 어디다가 내놔도 잡아가지 않을 것 같았다더라. 한국의 K-장녀, 맏이들의 역할이 있지 않나. 톡톡히 장녀 노릇을 한 것 같다. 사실 전 남동생이 있어 자매관계가 뭔지 모른다. 영화 속에서 사건이 생겨서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데, '엄마가 든든하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이게 우리의 케미라고 생각했다. 형제간의 자매간의 느낌이 보이는 느낌이 있어서 좋았다"고 미소 지었다.
함께 극을 이끈 배우 이정은에 대한 깊은 애정도 털어놓았다. "늘 편안하고 힘을 들여서 준비하거나 긴장하게 한다거나 감정 몰입하거나 그런 분이 아니다. 수다쟁이도 아니고, 선배로서의 점잖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분이 아닌 자연스럽게 인간미가 넘치는 엄마도 아니고 언니도 아닌 중간이다. 너그러우시고 진짜 재밌으시다. 엄마랑 제일 잘 통한다. 의미 깊은 장면을 같이 함으로써 내 모든 고민을 얘기하고, 전천후로 멘토가 가능하신 선배"라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극 중 남편 역할로 나온 배우에 대해서도 찬사를 보내며 "어떻게 우리 영화에는 구멍이 없을까 싶었다"고 뿌듯해했다.
"배우들이 많이 나오질 않는데, 앙상블이 정말 좋았다는 칭찬이 그 어떤 칭찬보다도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케미가 스크린을 뚫고 나온 것 같아요. 20~50대가 다 있었다. 어떻게 이런 조합이 있을까 싶네요."
공효진은 인터뷰 내내 이정은을 엄마라 칭하고, 박소담, 이연을 친자매처럼 호칭하며 돈독함을 드러냈다. 현장의 분위기 역시 훈훈했을 것이라 예상케 한 순간이다. 공효진은 배우들이 속한 단톡방이 있다며 "대본이 워낙 풍부했어서 답이 참 많았다. 이렇게 해도 얘기가 흐를 수 있는데, 이 작품이 그랬다. 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고, 연기할 때 온전히 작품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답을 찾기에도 좋았고 세대가 달라서 좋았다"며 "또 먹는 얘기를 그렇게 많이 했다. 경주 맛집은 다 간 것 같다. 동생들이 검색 능력이 정말 좋다. 매 끼니를 다 먹으러 다녔고, 돌아가면서 계산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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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스트리는 배우들의 연기력, 호흡 등도 중요하지만, 중심을 단단히 받쳐줘야 가능하다. 공효진은 감독과 배우 사이에서 프로듀서 같은 역할을 수행하며 영화를 이끌었다.
그는 "여자 감독님을 제일 많이 경험한 배우이기도 하고, 특히나 영화 대본을 볼 때 '안 본 눈'일 때 감정을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영상화될 때는 관객일 수가 없다. 이미 다 알고 있고 검열을 하게 되는 건 당연하기에. 감독이 그림으로 넣고 싶은 상징적 신이 있을 텐데 초반에 찍으시는 게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못 찍어내는 신이 오면 그리고자 했던 상징적인 신이 제일 스토리와 관계가 없다고 해서 포기해야 하는 신이 많을 것 같은데, 이 크기의 영화를 하면서 할 수 있는 조언들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공효진은 현장감을 살리는 자신의 연기 스타일도 들려줬다. "빈 곳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앙상블을 찾아가는 배우, 먼저 준비해 놓는 것이 아니라 닥치면 하는 게, 그게 현장감을 살리는 거 같다. 제가 잘 맞춰준다고 하는데 그럴 수밖에 없다. 작품을 소화하는 나의 방식인 것 같다. 레퍼런스를 보고 영감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아닌, 현장에서의 첫 느낌을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경주기행'은 진짜 내 옆집 사람들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상할 수밖에 없는 이 일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으려면 진짜 자매들 같아야 했다. 그 밸런스를 열심히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함께한 동생들에 대해서도 "동생들은 흡수력이 높은 배우들이었다. 이 이야기가 주는 몰입력은 대사가 좋으니까 다들 진짜 같이 보여줬다. 기본적으로 엄마와 제가 동생들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다"고 전했다.
반전의 연속인 이 영화에 대해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기대감도 표현했다. 그는 "그로테스크하게 느끼고 너무 놀라면 어떻게 하나 싶다. 귀엽고 재밌는 영화라고 하기엔 재밌기만 할까 궁금하다"며 "한번쯤 상상해볼 법한 영화, 경주라는 곳을 다시 한번 조명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또 시작과 끝이 너무 다른 영화일 것 같다. 상상 그 이상일 것이다. 그 흐름이 극적이고 재밌었고 친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경주기행'이 "흥행작으로 남길 바란다"고 즉답한 공효진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통한 작품이길 바란다. '미쓰 홍당무' 감독님 등 저한테는 너무 애정이 가는 작품들이 있다. 이 작품도 그렇지만, 흥행작을 하고 있을 때의 느낌을 아직 잘 모른다. 늘 모든 작품이 잘 됐으면 좋겠다. '이게 웬일이야' 싶을 만큼 말이다. 너무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숫자적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모두에게 통하는 작품,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다. 같이 했던 배우, 감독의 편집, 완성도 다 너무 마음에 쏙 든다. 마음이 통한 사람들의 느낌 같다"고 작품에 대한 각별함을 전했다.
최근 MBC 금토드라마 '유부녀 킬러'로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흥행 중인 공효진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작업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전했다.
"운명공동체적 생활을 느끼는 편이에요. 제가 양자리거든요. 같이 해야 위로도 되고 떨리지도 않고 기뻐요. 같이 일하는 스태프들에게 다 애정이 가고, 상대 배우는 더 그렇죠. 꿈 같은 시간을 걷고 있어요. 너무 들뜨지 말아야지 했는데 '오늘이 제일 기쁠 수 있으니 만끽하자. 실망할까 봐 주저하고 내 마음을 미루지 말자'라고 생각해요. 뭔가 기운이 좋은 것 같아요"(웃음).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