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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 출제의 비밀 유재명 / 사진=바이포엠 스튜디오 제공. |
유재명은 오는 28일 개봉되는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연출 이용재·제작 조이래빗)에서 수능 출제 고인물 출제위원장 문주열 역을 맡았다. 해당 영화는 대한민국 2급 국가기밀인 수능 출제를 위해 40일간 봉인되는 출제 본부에 얼떨결에 합류하게 된 지방 소도시 국어 교사 맹보람(이선빈)이 오탈자도 시비도 없는 "문제없는 문제"를 만들어내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미션 코미디다.
유재명은 비호감적인 인물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미워할 수 없는 유쾌한 모습도 있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열연했다. 자칫 꼰대나 비호감으로 비쳐질 수 있는 기성세대의 전형성을 가진 인물이다. 이 때문에 그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출연을 부담스러워하기도 했단다.
"그동안 악역이나 따뜻한 아버지 역할 등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지만, 문주열은 또 달랐어요. 기성세대의 갈등이나 제도의 대립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자칫 '꼰대'라는 고정관념을 각인시키는 건 아닌지 부담이 컸죠. 안 하겠다는 뜻이었다기보다는 고민이 깊었던 겁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유재명이 보여준 문주열은 마냥 비호감적이지 않았다. 위트와 재치,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하나의 인물이었다. 유재명은 자칫 딱딱하고 근엄해 보일 수 있는 문주열 캐릭터를 '동물처럼 귀엽고 입체적인 인물'로 재해석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사다리에서 떨어지는 장면이 있는데, 시사회 때 저 역시 '어, 저러면 안 되는데!' 하고 보게 되더라고요.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인물로 다가가고자 했던 의도가 관객들에게 잘 전달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특유의 인간미 넘치는 코믹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은 유재명은 3살 형인 배우 김영민과의 절묘한 호흡으로 유쾌함을 안겼다. 사우나 장면 등 두 사람의 브로맨스가 돋보이는 장면들은 사전 조율 없이도 감각적인 티키타카로 현장에서 순식간에 완성됐다고 한다.
후배 이선빈을 향한 따뜻한 시선도 잊지 않았다. 연극 무대 출신의 베테랑 배우들 사이에서 홀로 극을 이끌어가는 부담감이 컸을 법한 이선빈을 위해 대화를 나누며 용기를 북돋웠다고. 유재명은 함께 40여일간 합숙하며 촬영한 모든 배우들의 노고도 잊지 않았다.
"타이트한 촬영 일정 속에서도 실제로 출제본부 설정처럼 40여 일간 합숙하며 촬영을 진행했는데, 선후배 간의 정과 팀워크가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들었죠. 숙박을 같이 하면서 밥정도 생기고 선후배의 우정도 생겼어요. 동료 배우들이 이 작품을 통해 더 많이 알려지는 마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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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 출제의 비밀 스틸컷 |
한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유재명에게 수능이라는 소재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한국 사회에서 수능이 가지는 중압감과 상징성을 잘 알고 있기에, 영화가 교육 현장의 실태를 조명하는 작은 계기가 되길 바라는 진심을 전했다.
"극 중 교육부총리가 '문제없는 문제를 내달라'고 연설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40일간 갇혀 철저히 통제받으며 문제를 낸다는 건,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가 그만큼 공정하지 못하다는 반증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 공정하지 못함의 책임은 결국 어른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서 유연함을 가진 사람이 어른이라면 젊은 세대와 잘 어우려져 보기 좋은 논쟁, 건강한 토론 문화의 모습을 느끼셨으며 좋겠습니다'.
자연스럽게 대화는 '좋은 어른'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어졌다. 유재명은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갈수록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며 덤덤히 고백했다.
"어른이 된다는 게 뭔지는 엄청나게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저는 내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고 친구들하고 좋은 추억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시대를 불문하고 모든 부모님들의 바람은 좋은 대학에 가서 취직하는 것이 영원한 숙제일 것 같아요. 그것만이 답은 아닐텐데, 저는 우리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했으면 좋겠어요. 자기들 마음대로 살겠지 않겠나요(웃음). 좋은 울타리만 되어주면 되는데, 그런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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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이후 쉬지 않고 달려온 유재명이다. 영화 '사피엔스', '좀비 아빠', '고래별' 등 향후 공개 및 개봉 될 작품들이 다수다. 어떤 작품 속에서도 살아있는 연기를 보여주며 필모그래피를 다양하게 채워나가고 있다.
"캐릭터의 비중보다는 작품이 가진 매력 포인트가 느껴지면 아쉬운 점이 있어도 도전하는 편이에요. 열심히 달리다 보니 체력적으로 다소 부딪히기도 하고, 스스로 많이 소비되는 것은 아닌가 싶어 앞으로의 10년을 어떻게 채워가야 할지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가 이번 '수능, 출제의 비밀'을 통해 마음에 새긴 가장 큰 가치는 바로 '하모니'다. 수많은 동료 배우, 제작진과 합을 맞추며 또 한 번 한 단계 성장했음을 느낀다.
"시사회 이후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영화'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수능을 한 달 남짓 앞둔 이 시점에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과 청소년들이 함께 극장을 찾아 서로의 마음을 보듬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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