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 SF 대작 나홍진 '호프', 업계는 기대와 물음표 사이 [ST취재기획]

입력2026년 06월 01일(월) 11:20 최종수정2026년 06월 01일(월) 13:40
호프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포지드필름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영화 업계 관계자들이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HOPE)'를 주목하고 있다. '호프'가 얼어붙은 극장가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까.

올여름 개봉 예정인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배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등을 비롯해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한다.

이 작품은 '추격자' '황해' '곡성'으로 3연속 흥행을 기록한 나홍진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개봉 전부터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이후 4년 만에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선택받았다. 수상으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나홍진 감독은 한국 장르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이에 스포츠투데이는 베일을 벗고 있는 '호프'를 향한 업계 관계자들의 다각적인 반응을 짚어봤다.

나홍진이라는 독보적 이름값

영화 관계자들은 '호프'의 가장 큰 기대 요소로 기대되는 이유로 나홍진과 글로벌 프로젝트를 꼽았다. 나 감독은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 완벽주의형 완성도, 디테일한 연출로 정평난 감독이다. 특정 장면을 5개월의 트레이닝, 3개월의 사전 테스트, 2개월의 현지 적응 훈련을 거치고 반나절 만에 완성했다는 비하인드는 그의 집요함을 보여준다. 영화 기자 A 씨는 "우선 앞선 영화들로 증명한 만큼 영화의 완성도나 디테일에서 타협하지 않는 나홍진 감독이기 때문에 영화의 퀄리티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최소 제작비 500억원 대가 투입된 글로벌 프로젝트 SF 스릴러 장르라는 점도 기대 요소다. 영화 기자 B 씨는 "한국 영화 역사상 최고액에 달하는 제작비 투입과 국내 최고 배우진, 여기에 할리우드 배우진까지 대거 투입된 만큼 자본력에서도 출연진에서도 더불어 연출진에서도 기대가 될 수 밖에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배급사 관계자 C 씨도 "한국 영화 시장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장르다. 그동안 공개된 정보로는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가 더 큰 궁금증을 갖게 하고, 나홍진 감독 특유의 미장센과 연출이 과연 어떻게 구현됐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 D 씨 역시 "최근 한국영화 중 가장 압도적인 규모의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할리우드와 한국을 대표하는 베테랑 배우들이 나홍진 감독의 세계관 안에서 어떤 시너지를 낼지가 가장 궁금한 지점"이라고 얘기했다.

칸이 먼저 선택한 '호프'

지난해 칸 영화제 주요 부문에서 한국 영화는 초청작을 단 한 편도 내지 못했던 바다. 팬데믹 시절을 겪어오며 변화한 시청 습관, 제작 시장 축소로 한국 영화 시장은 '위기론'에 시달려왔다. 위축된 시장 탓 '볼 만한 영화가 없다'는 아쉬운 소리는 천만 영화 실종이라는 결과까지 맞이했다.

올해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반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여전히 극장 산업 전반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이러한 타이밍에 수상여부를 떠나 '호프'가 4년 만에 칸 경쟁부문 초청작으로 선택받았다는 점은 시장 전체에 고무적인 뉴스다. 작품성이 늘 흥행과 대중성을 보장하진 않지만, 괄목할 성적을 낼 수 있는 척도임은 분명하다.

배급사 관계자 E 씨는 "호불호 있는 장르와 감독님 특유의 연출에서 대중들의 진입 장벽이 어느 정도 존재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번 칸 영화제를 시작으로 초반 반응과 입소문 형성이 흥행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D 씨도 "한국 영화의 위상을 재확인시켜주는 계기이자 극장에서만 가능한 영화적 체험의 가치를 증명함으로써 극장 산업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상징적 성취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호프 스틸컷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포지드필름스 제공

'장르적 시도와 막대한 제작비'라는 양날의 검

다만, '호프'는 '나홍진의 SF 스릴러'이기에 기대되면서도, 장르적 성공에 대한 물음표를 떠오르게 한다. 한국형 SF 영화에 대한 시도는 꾸준히 있었지만, 대중성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외계+인' 시리즈, '더 문', 넷플릭스 '승리호' '정이' '고요의 바다' 등이 그 예다. 장르적 신선함과 더불어 대중성을 다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인 셈이다.

영화 기자 B 씨는 "SF가 가미된 다른 장르일 경우 흥행에 성공한 경우도 있으나 SF 세계관을 전면에 내세워 성공한 작품은 아직 없다고 본다. 대중적으로 받아들이기에 유독 장벽이 높은 탓"이라며 "그동안 독보적인 연출 세계관을 보여줬던 나홍진 감독이 신선한 장르와 이야기로 내놓을 것을 예고해 과연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가 제일 기대되는 포인트"라고 내다봤다.

기자 A 씨도 "기존에 공개된 영상 보면 할리우드 색채가 강해 보인다. 그만큼 한국적인 색채를 내세워 아쉬운 성적표를 받은 여타 작품들과는 달리 나홍진 감독만의 색채로 완성된 장르물로서의 완성도가 흥행의 주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SF/미스터리 장르의 새로운 흥행 공식이라기보다는 영화의 완성도나 순수 재미가 영화 흥행에 얼마나 미칠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판단했다.

막대한 제작비 회수라는 현실적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호프'는 제작비는 최소 500억대에서 최대 700억대 혹은 그 이상까지 알려진다. 국내 단일 영화 프로젝트 사상 최대 예산이 투입돼 손익분기점 1000만 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기대치를 높이는 요소이지만, 작품에 대한 깐깐한 잣대를 들이밀 수 있는 '양날의 검'이 된다.

영화 관계자 G 씨는 "역대 최고가액에 달하는 제작비로 인해 제작사와 배급사의 부담감이 상당하다. 특히 플러스엠의 경우 현재 모기업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 역대급 제작비가 투입된 해당 작품이 흥행에 실패할 경우 회사 존폐 위기가 닥칠 것이라 생각한다"고 짚었다.

여기에 기자 F 씨는 "황정민과 조인성의 연기와 화제성에 있어선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만큼 새로움도 없었던 것 같다"며 "높아진 기대치가 실망이 되는 경우가 이어지는 등 근래 대작들이 오히려 흥행에 실패하는 사례가 계속되는 것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결국 '호프'는 작품 본연의 가치를 입증하기 전에 '천만'이라는 숫자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배급사 관계자 D 씨는 "손익분기점 달성 예측이 가장 큰 우려다. 국내 시장에서 성취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천만'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메가 히트가 흥행의 전제 조건이 되다 보니, 작품 본연의 가치보다 숫자에 근거한 잣대가 먼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 고민스러운 지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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