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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정환 / 사진=DB |
안정환은 25일 중앙일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월드컵에서 이렇게 답답한 경기가 또 있었을까. 이번 대회 3경기 중 최악이었다. 참혹했다. 아무것도 못했다. 의욕도 없어 보였다. 제대로 뛰지도 못했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앞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조별리그 A조 3차전 남아공과의 경기에서 0-1로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홍 감독은 손흥민을 선발에서 빼는 결정을 내렸지만, 오히려 남아공의 역습에 고전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손흥민, 옌스, 김진규를 투입했으나 이미 상대에 넘어간 분위기를 가져오기엔 역부족이었다.
안정환은 남아공전에 대해 "전술은 없었다. 전술 자체를 느끼지 못했다. 뭔가 틀도, 타이밍도 안 맞았다"며 "절실함도 없었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도 아니다. 이게 월드컵인지 모르겠다. 한 골 넣기가 이렇게 힘든 거다. 2002년엔 모두가 절실하게 뛰었다. 남아공이 목숨 걸고 뛰는데 우리가 어떻게 이기나"라고 토로했다.
또한 자신의 경험을 비추며 "월드컵마다 매번 이슈는 있었다. 이겨내느냐, 못 이겨내느냐의 차이였다. 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기간 도중 짐을 싼 적도 있다. 지금 돌이켜보면 철이 없고 생각이 짧았다. 팀을 위해 희생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묵묵히 열심히 했다. 그때 잘못 판단했다면 평생을 후회하며 살았을 거다"라고 했다.
안정환은 "32강에 행운으로 올라가든, 나아가 16강에 가더라도 변화는 불가피하다. 바꿀 건 싹 다 바꿔야 한다"고 봤다. 이어 "감독 책임이 맞다. 시대가 변해서 각자 선수들의 개성이 있다고 해도, 결국 팀을 만드는 건 감독"이라며 "어떤 성적을 내든, 경기력만 따져보면 책임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특히 "대표팀이 결과를 못 내면 내가 가장 강하게 홍명보 감독을 비판할 거라고, 잘못되면 축구협회도 다 바꾸고 갈아엎어야 한다고 이전부터 줄곧 얘기해왔다"며 "다 완전히 깨끗이 청소하지 않으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정환의 글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후배들에 대한 언급이었다. 안정환은 "대표팀 내부 사정을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선수로 뛰어봤으니 뭔가 문제가 있거나 곪아 터진 것처럼 느껴졌다"며 "컨디셔닝 조절 실패일까.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원팀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함께 "대회 전부터 대표팀을 주위에서 너무 흔들어 놓은 건 아닐까. 저부터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대표팀을 흔든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든다"며 "난 누구의 편도 아니고 뼛속까지 한국 축구의 편"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안정환이 지적한 것은 단순한 한 경기의 결과가 아니었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드러난 경기력과 함께 대표팀 운영 방식, 축구협회를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까지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대표팀을 직접 경험했던 선배의 시선에서 나온 발언인 만큼, 이번 논란이 단순한 비판을 넘어 한국 축구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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