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공연과 매체를 오가며 대중에 사랑받고 있는 배우 오의식. 매 작품, 매 캐릭터, 달라지는 감칠맛 가득한 연기 탓에 '이름을 잃는 배우' 중 한 명이 됐다. 아쉬울 법했지만 그는 오히려 배역으로 불리는 것이 배우로서의 극찬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름을 잃은 오의식이 '폭군의 셰프'를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9월 28일 종영한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는 자체 최고 시청률 17.1%로 막을 내렸다. 매회 시청률 상승세를 타고 TV-OTT 드라마 부문, 넷플릭스 비영어 TV쇼 부문 등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기록의 연속이었다.

오의식은 '폭군의 셰프' 현장에 대해 "개인적으로 올여름 너무 더웠는데 상투를 틀고 한복을 입고 수염 붙이고 매번 요리가 나오는 작품의 특성상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낸 거 같다란 생각을 했다. 제일 힘들었던 현장 중 하나였다란 생각이 들 정도"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제가 느낀 뜨거움 보다 훨씬 뜨거운 사랑을 받아서 힘들었던 기억이 아니라 행복한 시간이었구나 싶다. 추억으로 바뀐 거 같다. 앞으로 어떤 작품이든 열심히 해야겠다란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에 소감을 밝혔다.

이러한 성적을 얻기까지, 카메라 뒤에서 함께 한 스태프들의 노고를 언급한 오의식은 "같이 고생한 스태프가 제일 많이 생각난다. 배우들은 끝나고 여러 축하도 받지만 스태프 분들은 비교적 그런 일이 없어서, 시청률이나 반응을 보시면서 저희와 같이 기뻐하고 행복해하시고 보람 느끼셨으면 한다"라며 자축하고자 했다. 몇몇 스태프들과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밝히며 식사를 대접할 계획이라고.

장태유 감독의 전작 드라마 '밤에 피는 꽃'에서도 함께 했던 오의식은 "감독님의 리더로서, 감독으로서 능력을 알고 있어 내심 기대를 안 한건 아니지만 1화 끝나고 바로 반응이 와서 이 정도의 시청률과 사랑은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요리를 소재로 하는 작품이라 혹시나 지루해하는 반응이 있진 않을지 우려도 했다고. 오의식은 "리액션도 최선을 다했지만 완성된 모습은 확인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어떻게 나올까란 물음표가 있었다. 좋은 반응을 예상은 했지만, 이러한 수치를 예상하지 못했고 막연하게 힘들게 촬영했으니 결과가 좋으면 좋겠다란 희망과 바람 정도만 있었다"라고 털어놓았다.

"가장 힘들었던 현장"이라고 말할 정도로 '폭군의 셰프'는 가장 추울 때 시작된 촬영은 가장 더운 날 끝났다. 사극의 특성상 대기실도 없이 야외에서 촬영하는 경우도 허다했고, 차량과 거리도 멀어 날씨적으로 고충이 컸다고. "촬영 비하인드라면, 요리를 주제로 하다 보니 대결이 많이 나오지 않았나. 한 대결당 거의 일주일씩은 찍었다 생각하시면 된다. 처음에 숙수들끼리, 명나라와 대결은 3차로 진행됐는데 한 경합당 일주일이라 정말 쉽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고충을 알아주듯, 오의식은 코믹한 감초 연기로 많은 사랑받았다. "작가님이 저의 능력보다 재미있게 써주신 거다. 상황 자체가 재미있게 구성해주셔서 재미있는 애드리브도 가능했다. 환경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애를 써도 아이디어가 맞지 않을 수 있다. 또 감독님은 배우들이 도전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도록 많이 열어두고 이끌어주셨다. 두 분이 그런 환경을 내주신 덕"이라며 공을 돌렸다.

오의식이 맡은 '임송재'라는 캐릭터는 "희대의 간신이자 이헌의 충신"으로 소개되곤 한다. 이러한 캐릭터에 대해 "'임송재는 간신인가? 충신인가?'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다. 입장 차이인 거 같다. 어떤 입장에서 보느냐. 이헌에겐 최고의 충신인 거 같다. 이헌이 원한다면, 이헌을 위한다면 뭐든 하는 인물이다. 간신일 수 있다. '전하 그건 아니 됩니다'란 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 절대 반문하거나 반대 의견을 피력하지 않는다. 왕 비위만 맞춘다 하겠지만 왕을 위해 모든 걸 다하기에 어떤 의미에선 충신인 거 같다. 이헌의 편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충신처럼 보였다 생각했다"고 생각을 전했다.

이러한 임송재를 연기하기 위한 오의식의 포인트는 '어떻게 해야 충신으로 보일까?'였다. "간신이 '저 간신입니다'하고 다니지 않는다. 나만의 당위성을 갖고 이헌을 위한 일이라는 진심으로 말과 행동을 하도록 노력했다. 자칫하면 캐릭터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면서 평범한 대사마저 간사한 목소리 톤으로 소화하는 것을 가장 경계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러 간신스러운 게 아니라 이 사람에겐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상인지, 아무렇지 않게 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간신처럼 보일 거란 생각을 했고 감독님과도 그런 의견을 주고받았다. 분장 설정에서도 감독님과 마음이 맞았던 게, 간신이라 생각했을 때 상상되는 긍정적 외형을 하지 않기로 했다. 누가 봐도 평범한 도승지인데 속을 알 수 없는 게 더 매력적이란 생각을 말씀드렸고 감독님도 좋아해주셨다"라고 했다.

많은 노력과 분석에서 탄생했던 임송재는 그의 말대로 이헌을 위해 죽음을 맞이한다. 결말이 만족스럽냐고 묻자, 오의식은 "송재가 죽음을 맞이하는 걸 알고 있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값진 죽음이라 좋았다. 마지막으로 하는 대사가 '충신 노릇하려다 먼저 갑니다' 하는데 그 대사를 처음 받았을 때, 웃기지 않냐는 반응도 있었는데 저는 너무 마음에 들었다. 작가님이 생각한 송재와 제가 생각한 송재가 잘 맞고 송재다운 멘트였다 생각한다. 그 대본을 받자마자 그 장면을 연기하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다. 간신 임송재를 '이헌바라기'라는 생각을 갖고 임했는데 그걸 완성시켜 준 장면인 거 같다"라고 답했다.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은 없었을지 궁금했다. 그러자 오의식은 "이채민과 배동이라는 설정을 자극적 이슈로 삼는 숏츠가 갑자기 여럿 생겨나더라. 내가 나이가 많아서 이채민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거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고 운을 뗐다.

그런 영상에 달린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 '임송재 너무 좋다' 등 긍정적 반응의 댓글이 오의식에겐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으로 남았다. "저와 임송재를 좋아해주시고 필요한 인물이라는 내용의 좋은 댓글로 도배된 걸 보고 너무 감사하고 기억에 남는다. 또 '너무 재미있다' '폭군의 셰프 보려고 일주일 기다린다' '힘들었는데 스트레스 풀린다'란 작품 칭찬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이번 '폭군의 셰프'의 인기로 길거리에서 '도승지 아저씨' 또는 '간신 아저씨'로 불린다는 오의식은 "(그렇게 불려서) 더 좋다. 예전엔 제 이름을 기억 못 하실 때 섭섭하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란 생각을 하는 것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엔 배역으로 불리는 것도 행복하더라. 생각이 좀 바뀌었다. 배우로서 배역의 이름으로 불린다는 게 행복한 거 같다. '배우 오의식이다!' 보다 ('일타스캔들'에서) '재우삼촌' '전도연 동생'이라거나 ('밤에 피는 꽃'에서) '이하늬 남편' 이렇게 극 중 인물로 기억되는 게 좋다란 생각을 많이 한다. 제 이름을 모르셔도 캐릭터로, 연기로 강하게 기억에 남으셨다면 행복할 거 같다. 많은 분들이 이름은 기억 못 하더라도 반갑게 인사해주시면 너무 감사할 거 같다"라고 말했다.

'폭군의 셰프'는 오의식에게 기억의 남을 작품 중 하나로 남았다. "조금은 느슨해질 수 있는 시기에 저에게 다시 한번 기름칠을 하고 나사를 조여준 작품. 시청자분들이 행복할 수 있게 열심히 해야겠다란 다짐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 준 작품이다. 또 동료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작품"이라면서 "모든 작품이 그렇지만 힘든 환경 속에서도 사람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으면 힘듦이 배가 돼 돌아온다. 그걸 행복으로 바꾸는 건 관계인 거 같다. 함께 한 모든 동료, 스태프들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다"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한 오의식은 지금도 공연과 매체를 오가며 다방면에서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매년 끊임없이 대중을 만나고는 있지만, 오의식은 "특별출연한 작품을 빼고 보면 제대로 출연한 작품을 보면 텀이 짧진 않다. 텀 직전에도 전작과 전작이 겹쳐 진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쉬는 시간이 생기더라도 잘 표현할 수 있고 잘 해낼 수 있는, 혹은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을 좀 기다리려고 한다"라며 자신만의 기준을 밝혔다.

쉬어가더라도 기다리는 이유는 중 하나는 무대였다. "무대를 너무 사랑하고 방송을 통해 응원도 많이 주시지만 연극 무대의 저를 사랑해주시고 감사한 팬분들도 계신다. 그분들을 만날 시간도 필요하다. 무대에서 제가 쏟아낼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주어진다. 그 시간이 저에겐 필요하고 오히려 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게 아니라 충전하는 시간이 된다. 극단 작업 위주라, 같이 함께 뒹굴면서 창작하는 것만으로도 쌓이고 쌓여 방송할 때도 좋은 재료로 쓰이는 거 같다. 일을 한다기보다는 같이 노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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