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 배우' 유해진 "'암살자(들)', 할 만한 가치 있는 작품" [인터뷰]

입력2026년 09월 15일(화) 08:00 최종수정2026년 09월 14일(월) 12:56
암살자(들) 유해진 /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올해 설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왕과 사는 남자'로 1600만 관객을 모았던 배우 유해진이 이번 추석에는 영화 '암살자(들)'로 다시 한번 관객을 만난다. 흥행작 이후 곧바로 신작을 선보이는 그의 얼굴에는 설렘과 함께 묵직한 부담감이 교차했다.

영화 '암살자(들)'(감독 허진호·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유해진은 극 중 사건을 목격한 형사 철구 역을 맡았다. 형사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나라에 충성을 하지만, 영부인 저격 사건을 목격한 뒤 배후를 추적하면서 회의감을 느끼는 인물이다.

"어떻게 봐줄까. 걱정된다" 개봉 소감을 묻자 나온 첫 마디였다. 유해진은 "그래서 약간 더 부담이 되는 것 같다. '왕과 사는 남자'를 너무 좋게 보셨으니까 이 작품에서 이어져야 할텐데, 흥행을 떠나서 보는 분들이 '보길 잘했다. 작품 괜찮네'라는 마음을 가지고 가야하니까 그런 부담이 있다. 흥행도 같이 되면 좋겠지만"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시사회에서 완성된 영화를 마주했을 때의 느낌도 남달랐다. 그는 "허진호 감독의 예전 작품을 보면 느린 템포가 많은데, 시나리오를 봤을 때보다 훨씬 더 긴박하게 넘어가더라. 그런 점에 놀랐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암살자(들)'은 '1987' '서울의 봄'까지 이른바 현대사 3부작이라고 불리는 작품이다. 유해진은 "묵직하면서도 작품성이 있는 것 같다. 배우로서 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저의 생각이나, 간접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에서 유해진이 연기한 철구는 시대의 폭력 속에서 진실을 추적하는 인물이다. 캐릭터에 중점을 둔 부분을 묻자 "나라의 녹을 먹으며 평범하게 지냈던 사람이 진실을 찾아가는 속에서 탄압, 폭력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놓지 않으려고 했던 그런 모습을 중점적으로 뒀다"며 "평범하게 살았던 사람이 뒤에서 움직이는 알 수 없는 배후에 의해 절망하고 폭력을 당하는 데도 끈을 놓지 않으려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시대적 배경을 깊게 알려고 하는 것보다도 작품 속 이야기에 몰입했다는 유해진이다. 그는 "깊게 공부를 안 하는 편이기도 하다. 어차피 시나리오에 대한 작품이지, 그 정도로만 알려고 한다. 74년도의 사건, 그 당시 사회적 배경이 이랬구나만 알았다. 너무 많이 알고 있으면 자꾸 딴지를 걸게 된다. 분명 하나의 작품인데, 깊게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밝혔다.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웠다. 물음표를 남겨주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유해진은 자신이 맡은 철구라는 캐릭터가 작품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있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이건 영화 속 인물이야'라는 낯설은 느낌이 아닌, 주변에 있을법한 인물처럼 말이다.

유해진은 "늘 캐릭터가 살아있어야 된다는 것을 중점을 두는 편이다. 그렇다고 리얼리티만으로는 가지 않는다. 영화 속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이번 작품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맡겼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유해진은 함께 호흡을 맞춘 박해일에 대해서 "단단한 배우다. 팽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단단함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많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진지함이 늘 있어서 기자, 뚝심이 같은 대쪽같은 기자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고 신뢰를 드러냈다. 이민호 배우와의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놓았다. 그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너무 똑똑하고 괜찮은 사람이구나를 느꼈다. 미래에 대한 자기 생각들, 너무 확고한 게 있고. 내가 저 나이때 저런 생각을 했을까 싶었다"며 "사람으로서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고, 이번 작품에서도 좋게 봤다"고 훈훈했던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박해일은 앞선 인터뷰에서 유해진의 롱런 비결을 알고자 그의 대본을 훔쳐봤고, 거기에 메모가 빼곡히 적혀있어 놀랐다는 일화를 공개한 바 있다. 유해진은 "대본을 읽으며 이해되지 않고 궁금했던 부분을 적어둔 것"이라며 "머리가 나빠서 뭐든 남겨야 한다"고 해 웃음을 안겼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먼저 내가 느끼고, 관객의 시선으로 봐야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건 외면할 수 없어요. 우리끼리 좋은 작품을 찍었다고 하면 안돼요".

'왕의 남자' '베테랑' '택시운전사' '파묘' '왕과 사는 남자'까지 5편의 천만 영화를 보유한 배우 유해진. 얼마 전 있었던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던 순간도 떠올렸다. 대상 수상 당시의 속마음에 대해 "저는 대상을 전혀 생각을 못했다"며 "진짜 상은 이만큼 받았으면 됐다였다. 상 관계자들이 '줄 생각 없었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진짜 120% 150% 만족하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

'왕과 사는 남자' 이후 모처럼 극장이 활기를 띄는 것에 대해선 크게 기뻐했다. 유해진은 "'타짜' '인턴' 등 추석 영화가 많이 나온다라는 것은 모처럼 반가운 일이다. 홀로 개봉하는 건 쓸쓸할 것 같다. 약간의 암울함 빈집같은 느낌이 있다. 경쟁작이 있어야지 분발하려고 하고, 약간의 에너지가 샘솟지 않나. 무엇보다 관객들이 극장가를 많이 찾지 않냐. 명절 때 썰렁한 것보다 사람 많은 게 좋고, 극장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에너지인 것 같다. 극장 활기가 있으면 흥이 나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암살자(들)'은 오는 23일 개봉된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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