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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일의 거짓말 진선규 / 사진=tvN 캡처 |
지난 1일 방송된 tvN 20주년 특별기획 '100일의 거짓말' 8회에서는 사토 신이치(진선규)가 계암리 학살의 실체를 알게 된 아들 태웅(박진영)과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사토는 학살 관련 자료를 들고 찾아온 태웅에게 "결국, 멍청한 짓을 선택했군"이라며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계암리에서 조선인 23명을 살해한 것이 사실이냐는 아들의 물음에도 "조선인을 죽였다고 지금 내게 항의라도 하겠다는 거냐?"고 되받아쳤다. 자신의 만행이 드러난 상황에서도 일말의 죄책감조차 내비치지 않는 태도였다.
사토는 오히려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 태웅을 압박했다. 어린 태웅이 지켜보는 앞에서 죄 없는 조선인 소년을 총으로 쏴 죽였던 순간을 언급한 것. 이어 당시 진짜 소매치기는 태웅이었다는 사실을 들춰내며, 자신에게 항의하는 대신 손을 내밀었던 과거를 상기시켰다. 자신의 살인에 대한 책임을 어린 아들에게까지 전가하는 비정한 모습이었다.
공격은 태웅의 정체성을 향해서도 이어졌다. 사토는 "너는 네 스스로 일본인이 되길 선택한 거다"라며 "살아남기 위해 이름을 바꾸고, 다른 아이의 시체를 밟고 올라섰지"라고 몰아붙였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손을 잡았던 어린아이에게 살아남은 것 자체를 잘못으로 규정하며 죄책감을 심어준 것이다.
급기야 "그런데 왜 이렇게 멍청하게 구는 거지? 아직도 조센징의 피를 버리지 못한 거냐, 사토 히데오!"라며 격앙된 목소리를 쏟아냈다. 태웅의 뿌리를 모욕하는 동시에 일본식 이름을 거듭 강조한 대사는 아들이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길 바라는 사토의 왜곡된 지배욕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분노가 가라앉은 뒤에도 사토의 압박은 계속됐다. 그는 "그 피를 정 잊지 못하겠거든, 네가 여태까지 어떻게 호의호식하며 살아왔는지를 생각해"라며 태웅의 삶을 들먹였다. 이어 "아무리 어리석어도 그 정도 고마움은 알겠지"라는 말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자신의 과오를 돌아보는 대신 아들에게 베푼 것을 내세워 정당한 문제 제기마저 배은망덕으로 치부하는 모습이었다.
진선규는 격렬한 분노와 서늘한 침묵을 오가며 사토의 비뚤어진 내면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특히 아들의 생존을 비난하고 혈통을 모욕한 뒤 자신에게 감사할 것을 요구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상대를 심리적으로 옥죄는 인물의 잔혹성을 극대화했다. 감정을 폭발시키는 순간은 물론,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까지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긴장감을 높였다.
앞서 사토는 태웅의 손끝 상처를 살피고 다정한 말로 속내를 떠보는 등 아버지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들이 가장 숨기고 싶었던 과거를 직접 들춰내며 관계의 균열을 키웠다. 이러한 태도는 계암리 학살 피해자 금석중과 대면했을 때도 반복됐다. 당시에도 자신의 행동을 정당한 임무 수행으로 규정하고, 가족을 잃은 피해자에게 오히려 책임을 돌렸다. 나아가 석중의 죽음까지 병사로 처리하며 진실을 은폐했다. 상대의 고통보다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데 집중하는 사토의 태도가 태웅과의 대립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상대에 따라 통제 방식을 달리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후쿠다에게는 더 높은 자리에 대한 욕망을 자극해 충성을 끌어냈고, 외신 보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필립 앞에서는 분노를 억누른 채 예의를 갖췄다. 반면 태웅에게는 아버지의 권위를 이용했다. 아들로 받아들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로 마음을 흔들면서도 결혼과 진로는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진선규는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말투와 표정의 온도 차를 통해 사토의 치밀한 계산과 권력 지향적인 면모를 입체적으로 완성했다.
이처럼 진선규는 사토라는 인물에 잔혹함뿐 아니라 야심과 열등감, 치밀한 계산까지 녹여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번 8회에서는 아들을 받아들인 과거마저 복종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통해 부자 관계에 쌓인 갈등을 폭발시켰다. 피해자의 절규와 아들의 절망 앞에서도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는 사토의 행보가 앞으로 어떤 파국으로 이어질지 궁금증을 더한다.
한편 '100일의 거짓말'은 매주 토, 일요일 밤 9시 10분 방송된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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