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만 읽은 홍명보+사라진 정몽규…최소한의 예의도 못지킨 한국 축구 [ST스페셜]

입력2026년 06월 29일(월) 12:05 최종수정2026년 06월 29일(월) 12:05
홍명보 감독 /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마무리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에 그친 한국 축구대표팀이 29일(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베이스캠프에서 해단식을 갖고 대회를 마무리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체코,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A조에 편성됐다. 비교적 수월한 조 편성이라는 평가가 나온 가운데, 무난히 32강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지난 12일 체코와의 1차전에서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두며 승점 3점을 수확했다. 그러나 홍명보호가 따낸 승점은 이 3점이 마지막이었다. 홍명보호는 19일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 0-1로 패배하며 조 1위로 32강에 직행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 이어 25일 남아공과의 최종전에서도 역대급 졸전 끝에 0-1로 무릎을 꿇으며 조 2위, 32강 직행에 실패했다.

1승2패(승점 3, -1)로 조 3위가 된 한국은 다른 조 3위 팀들의 성적을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각 조 3위들 가운데 상위 8개 팀 안에 들면 32강행 티켓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축구팬들은 홍명보호의 저조한 경기력에 한숨을 쉬면서도 남은 조들의 경우의 수를 계산하며 32강 진출을 염원했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경우의 수는 대부분 빗나갔고, 홍명보호는 각 조 3위 중 10위, 전체 34위에 그치며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야말로 처참한 결과다. 손흥민(LA FC),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재성(마인츠),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 등 유럽 빅리그에서 뛰었거나 지금도 활약 중인 선수들이 총출동했음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얻었다.

특히 우려 속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은 12년 전과 변함 없는 기대 이하의 지도력과 용병술, 리더십으로 비판의 대상이 됐다.

탈락 후의 모습도 비겁하다. 홍명보 감독과 선수단은 모두 함께 귀국하는 것이 아니라, 몇 명씩 나뉘어 귀국한다. 귀국 현장에서 대표팀을 향하는 비판을 분산하기 위한 잔꾀인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공항에서는 언론 인터뷰 등 아무런 미디어 행사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에게 사죄할 마음보다는 도망쳐 숨고 싶은 생각이 우선인 듯 하다.

홍명보 감독의 결산 기자회견도 비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자리에서 홍명보 감독은 질의응답 없이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낭독하며 자신의 사퇴를 발표했다. 두 번이나 월드컵에서 실패한 감독이라면 질의응답에 성심성의껏 임하고 진솔한 모습으로 국민에게 사과해야 했지만, 그러한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홍명보 감독이 입장문을 읽는 모습과 주머니에 손을 넣고 퇴장하는 모습을 본 축구팬들은 그에게서 어떠한 진심도 느끼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도 탈락 이후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사태를 수습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옳은 회장의 모습일텐데, 언제나처럼 정몽규 회장은 한국 축구 위기의 순간에 사라졌다. 이번 대회 후 어차피 사퇴하기로 발표했다고 자신의 책임이 끝났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나마 사과를 한 사람은 박항서 지원단장 뿐이었다. 그러나 정작 홍명보 감독의 성의 없는 기자회견과 사라진 정몽규 회장을 보고 어떠한 국민이 그 사과를 진심으로 느낄 수 있을까.

북중미 월드컵은 한국 축구의 초라한 현재와 책임자들의 비겁함만을 확인할 수 있는 대회가 됐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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