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인가, 코미디인가…'더블' 눈과 웃음을 동시에 사로잡은 마술쇼 (14th 부코페) [ST리뷰]

입력2026년 08월 22일(토) 19:46 최종수정2026년 08월 22일(토) 19:46
사진=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마술은 눈을 속이는 기술이고, 코미디는 예상을 뒤집는 장르다. 두 요소가 만났을 때 관객이 마주하는 것은 탄성과 웃음이다. '더블(Double)'은 그 두 가지를 한 무대에서 영리하게 엮어낸 공연이었다.

'제1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 이하 '부코페') 공연인 마술쇼 '더블(Double)'이 22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KT&G 상상마당 부산 라이브홀에서 열렸다.

'더블(Double)'은 FISM 세계 마술 챔피언 노베르 페레, 유럽 마술 챔피언 찰리 매그, 대한민국 대표 코미디 마술사 김민형이 함께하는 공연이다.

이날 공연의 포문을 연 김민형은 시작부터 관객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는 "여러분들이 보고 싶어 하는 마술을 준비해 왔다"며 객석에 마이크를 건넸다. 한 관객이 "순간이동"을 외치자 김민형은 "비둘기 마술. 비둘기를 좋아하는구나"라고 엉뚱하게 받아치며 첫 웃음을 만들어냈다.

이어 이무진의 '신호등'에 맞춰 색깔이 바뀌는 마술을 선보였다. 하얀색 깃털링은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으로 쉴 새 없이 모습을 바꿨다. 단순히 색을 변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노래의 제목과 가사에 맞춰 마술을 구성하면서 하나의 퍼포먼스로 완성했다.
사진=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관객 참여형 마술에서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더욱 흐려졌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관객을 무대로 불러낸 김민형은 로프를 직접 자르게 했다. 관객이 가위로 잘라낸 로프는 김민형의 손길이 닿자 거짓말처럼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김민형의 무대가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면, 이어 등장한 노베르 페레는 두 손으로 펼친 마술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서프라이즈(Surprise)'라고 적힌 상자를 들고 등장한 노베르 페레는 작은 공만으로 객석의 시선을 붙잡았다.

그는 여러 개의 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면서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마술을 보여주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자신의 움직임 자체를 하나의 코미디로 만들었다.

아기 소리를 흉내 내는 장면에서는 객석의 어린 관객이 웃음을 터뜨리며 공연장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만들었다. 마술사가 만들어낸 작은 소리 하나가 관객의 웃음으로 되돌아오는 순간이었다.

찰리 매그는 빨간색 봉을 가지고 두 눈을 사로잡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평범해 보였던 봉은 그의 손을 떠난 순간 전혀 다른 존재가 됐다. 찰리 매그가 손을 움직이지 않아도 봉이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공중에서 빙글빙글 회전했다. 마치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퍼포먼스가 이어지자 객석에서는 자연스럽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사진=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세 마술사의 무대는 각자의 개성이 뚜렷했다. 김민형이 관객과 호흡하며 웃음을 만들어내는 코미디 마술을 보여줬다면, 노베르 페레는 손끝의 기술과 익살스러운 퍼포먼스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찰리 매그는 움직임 자체가 마술처럼 느껴지는 비주얼 퍼포먼스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무엇보다 '더블'의 강점은 마술과 코미디 중 어느 한쪽을 부수적인 요소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웃음을 위해 마술을 희생하지도 않았고, 마술의 기술적 완성도를 위해 코미디를 포기하지도 않았다.

특히 관객을 무대로 직접 불러내고,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공연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순간들은 '부코페'의 성격과도 잘 맞았다. 객석에서 공연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 스스로 무대의 일부가 되면서 공연의 재미가 배가됐다.

'제14회 부코페'가 보여주고자 하는 코미디의 확장성도 이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코미디는 더 이상 말과 몸짓만으로 웃기는 장르에 머무르지 않는다. 마술, 마임, 음악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면서 관객에게 새로운 형태의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