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충전해줘' 김영광, 오랜만의 로코도 맛깔나게 [인터뷰]

입력2026년 10월 18일(일) 15:30 최종수정2026년 10월 18일(일) 15:30
나를 충전해줘 김영광 / 사진=넷플릭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장르물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온 배우 김영광이 로맨틱 코미디로 새로운 얼굴을 꺼내 들었다. 익숙한 문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인물의 감정에 솔직하게 반응하는 방식으로 백호랑의 세계를 완성해 나갔다.

지난 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나를 충전해줘'는 인공 심장 배터리가 방전된 남자와 전기 능력을 가진 여자의 찌릿 짜릿한 충전 빙자 로맨틱 코미디다. 동명이 웹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작품은 공개 3일 만에 30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 글로벌 TOP 10 비영어 쇼 3위에 등극했다. 또한 대한민국을 포함해 브라질, 싱가포르, 인도, 튀르키예, 칠레, 필리핀 등 총 44개국에서 TOP 10 리스트에 오르며 뜨거운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먼저 김영광은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많은 분이 재미있게 봐주시고 예쁘게 봐주셔서 뿌듯하다"며 "반응을 많이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설레거나 재미있는 장면을 편집해서 올려주시는 분들이 있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온 소감은 남달랐다. 그간 장르적인 색채가 강한 작품을 주로 해왔던 만큼, 밝은 분위기의 로맨스는 그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장르물을 계속하다가 로코를 하게 됐는데, 로맨스물을 향한 마음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전과 비교하면 저도 많이 밝아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내가 작품의 분위기를 많이 타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세상이 밝아 보이더라(웃음)."
나를 충전해줘 채수빈 김영광 / 사진=넷플릭스

작품을 선택한 계기를 묻자 "남녀 주인공의 설정이 재밌었다. 만화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장르물을 하다 보니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두 가지가 동시에 맞아떨어졌다"며 "주변에서도 재미있을 거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제는 이런 작품이 안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로맨스 연기가 수월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우려라기보단, 제가 조금 쑥스러워하는 편이라 감정 표현을 잘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싶었다. 로맨스는 촬영하면서 점점 몰입하게 되는 장르인 것 같다. 나중에는 '뭐 어때, 내가 백호랑인데' 하면서 조금 뻔뻔해졌다."

'자신과의 싸움'도 존재했다고 언급했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다 보니 '실제로 사람이 이렇게 행동하나' '이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과 싸우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감독님과 채수빈 씨가 '할 수 있다'고 응원해줬다"고 웃어 보였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극 중 나보배(채수빈)의 상상 신이었단다. "보디가드로서 진지함을 유지해야 하는 인물이 다소 비현실적인 상황에 놓이면서, 그 간극을 어떻게 표현할지가 관건이었다. 백호랑의 기분을 확실하게 표현할 방법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막상 해보니 스스로 연기하기에도 괜찮더라"라고 떠올렸다.

이어 "제 장점 중 하나라 생각하는데, 대본 속 세상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강한 편이다. 거짓된 세상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라고 믿을 수 있는 힘이 있다"며 "현장에서 계획적으로 풀어가기보다는 그 순간 느끼는 것을 즉각적으로 표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클리셰를 클리셰답게 하자는 생각이었다. 보는 분들이 '이게 아는 맛이지'라고 느낄 수 있도록 잘하는 게 목표였다. 백호랑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믿고 하자는 주의였던 거다. 클리셰를 의식하면 오히려 위축되는 것 같더라. 그런 생각이 연기에 개입하면 부자연스러워질 수 있어서 웬만하면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고 부연했다.
나를 충전해줘 스틸 / 사진=넷플릭스

백호랑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레퍼런스를 참고하지는 않았다. "지문이 굉장히 짧았다. 감독님과 리허설하면서 계속 만들어가는 방식이었다.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편이다. 그도 결국 사람이고, 캐릭터의 범주를 미리 막아놓고 싶지는 않았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면 어리광도 많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상대역인 채수빈과의 호흡도 백호랑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쌓아가는 데 힘이 됐다. 김영광은 그에 대해 "굉장히 귀엽다. 저도 모르게 귀여워하게 되더라. 만지면 부서질 것 같아서 살살 다뤄야 할 것 같다"며 "리허설 때 하지 않았던 연기를 해도 굉장히 잘 받아쳐줬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케미가 만들어진 것 같다. 유연하고 생각도 깊다"고 치켜세웠다.

함께 호흡을 맞춘 허동원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생각보다 정말 섬세하다. 준비도 많이 해오시는데 감독님께 말씀을 잘 못 하시더라. 제가 '형, 그냥 해요'라고 하면 '아니야, 감독님이 안 좋아할 거야'라고 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성격이 많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마음이 정말 아름다운 분이다. 화장을 지우고 오시면 청순한 느낌도 있다"고 해 웃음을 안겼다.

코미디 연기에 관해서는 자신이 웃음을 더하려 하기보다 다른 배우들이 각자의 역할에서 낼 수 있는 재미를 충분히 살리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더 웃기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른 배우들이 각자 맡은 역할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해주셨다. 재미있는 부분을 채워주셔서 고마웠다. 특히 정재광 씨는 나올 때마다 비열한 모습을 정말 잘 보여줬다."
나를 충전해줘 김영광 / 사진=넷플릭스

로맨스에 관한 자신의 철학도 밝혔다. "로코에서 보여줘야 하는 매력이나 아름다움은 조금 더 어릴 때 자연스럽게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너무 성숙해지거나 머리로만 계산하게 되면 아쉬울 수 있다. 어릴 때는 잘 파악하지 못한 채 기세로 연기한 듯싶다. '으악!' 하면서(웃음). 지금은 그 세계를 이해하고 파악하게 됐다."

로코에서 가진 자신만의 무기에 대한 물음도 나왔다. 머쓱해하며 "일단 키가 크다"고 운을 뗀 그는 "화면에 잡혔을 때 제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무엇보다 체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녁이 되면 체력이 많이 떨어지지 않나. 피곤하면 할 수 있는 것도 놓치게 된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사도 체계적으로 하려고 한다. 예전에는 운동을 한꺼번에 몰아서 했다면, 요즘은 꾸준히 하는 편이다"라고 전했다.

오랜만의 로코를 성공적으로 마친 김영광은 작품 선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장르 자체보다는 대본을 읽었을 때 느끼는 게 중요하다. 특정 장면이 강하게 마음에 남거나 머릿속에 명확하게 그려지는지가 관건"이라며 "제가 아무 표정도 짓지 않고 말도 하지 않으면 무섭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는 것 같더라. 그런데 생각보다 착하고 친한 동네 형 같은 사람이다. 예전에는 작품 속 이미지로만 저를 알고 계셨다면, 요즘은 홍보를 위해 출연한 유튜브 등을 통해 비하인드도 봐주시곤 한다. 그래서 저도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보려고 한다. 계속 작품을 하면서 많은 분과 가까워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차기작에 대해 귀띔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조련의 여왕'을 촬영 중이다. 치명적인 나쁜 남자 스타일의 인물을 연기한다. 지켜주고 잡아줘야 할 것 같은, 위태로운 캐릭터다. '나를 충전해줘'와는 또 다른 맛이 있는 대본이다. 기대해 주시면 좋겠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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