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승부구를 가진 투수가 없다"…韓 야구계에 전하는 야신의 쓴소리

입력2022년 11월 03일(목) 14:42 최종수정2022년 11월 03일(목) 14:46
사진=팽현준 기자
[인천=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확실한 승부구를 가진 선수가 없다"

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는 SSG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2022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2차전이 열렸다. 결과는 SSG의 6-1 완승. 이로써 SSG는 시리즈 전적 1승 1패를 만들며 균형을 맞췄다.

이날 경기장에는 반가운 손님도 찾아왔다. 바로 '야신(야구의 신)' 김성근 전 감독이 방문한 것. 당초 김 전 감독은 2차전 시구자로도 나설 예정이었지만, 이태원 참사로 인해 시구 행사가 취소됐고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람했다.

김성근 전 감독은 KBO리그에 큰 족적을 남긴 지도자다. KBO리그 사령탑 중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경기(2651경기)에 나서 다승 2위(1388승)에 올랐다.

또한 김 전 감독은 2차전이 펼쳐졌던 SSG랜더스필드와도 인연이 깊다. 김 전 감독은 2007시즌 SK 와이번스(현 SSG)의 지휘봉을 잡아 정규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이어진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 베어스에게 1, 2차전을 모두 내줬지만 연달아 4경기를 모두 승리로 가져가며 SSG랜더스필드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후 김 전 감독은 2008년, 2010년에도 통합우승을 달성하며 'SK 왕조'를 구축하는데 힘을 보탰다.

2차전 도중 취재진과 만난 김 전 감독은 "어제(1일)도 집에서 경기(한국시리즈 1차전)를 봤다. 직접 경기장에 방문해 새롭다. 더그아웃에서 보는 것과 보여지는 시야가 다르다. 또 위에서 보니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다. 긴장감은 없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까지 SSG에는 김광현을 비롯해 최정, 김강민 등 김 전 감독이 SK를 이끌었던 당시의 주축 선수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김강민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홈런 포함, 2타수 1안타 1홈런 1타점으로 맹활약했다.

김 전 감독은 "김강민은 확인해보니 마흔이더라. 살이 많이 쪘다"면서도 전날 때려낸 홈런에 대해 "1차전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젋었을 때, 쌩쌩할 때도 (그런 홈런은) 못 쳤다. 깨끗이 잘 쳤다. 우리나랑도 이런 베테랑을 많이 남겨놔야 하는데 자꾸 바꾸니까 수준이 떨어지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의 애제자인 김광현도 잊지 않았다. 김광현은 김 전 감독이 SK의 지휘봉을 잡을 당시 신인으로 입단했다. 이후 김광현은 김성근 전 감독의 지도아래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 투수로 발돋움했다. 다만 1차전에서는 5.2이닝 5피안타 3사사구 6탈삼진 4실점 2자책점으로 주춤했다.

김 전 감독은 "2007년에는 김광현이 신인이라 부담이 없어 좋은 투구를 했는데 어제는 부담감을 느꼈던 것 같다. 이겨야 한다는 의욕이 앞선 것 같다. 그래서 너무 무리했다. 나중에는 지치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올해 정규리그에서 타격 5관왕(안타, 타율, 출루율, 타점, 장타율)을 달성한 키움 이정후는 일본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시즌 코치 고문으로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인연을 맺어 올해까지 감독 어드바이저(감독 고문)로서의 임무를 수행한 김 전 감독은 "일본에서 이정후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올 시즌 홈런 23개를 쳤다고 들었다"며 "그러나 타구를 보면 전부 우익수 방향으로 향한다. 좌익수 방면으로 공을 보내는 것이 부족하다"고 이정후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성근 전 감독은 야구계의 어른으로서 한국 야구에 대한 쓴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나오는 투수들 모두 자신있게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공이 없는 것 같았다. 확실한 승부구를 가진 선수가 없다. 포크볼을 던진다고 하면 말 그대로 던질 줄만 알지, 포크볼로 삼진을 확실히 잡아낼 수 있는 투수가 없다"며 "타자들도 이 공을 무조건 칠 수 있을 것 같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수비에서도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고 질책했다.

이어 김 전 감독은 "전체적으로 1차전은 한국야구의 미래에 물음표를 남긴 경기였다. 개인의 모습은 보였지만 팀으로서 찬스를 이어가려는 모습은 부족했던 것 같다. 여기서 뭘 느끼고 어떻게 해야 할지 지도자들이 모두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야구는 내년 큰 대회를 연달아 앞두고 있다. 3월에는 일본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리며 중, 후반에는 아시안게임도 예정돼 있다.

김성근 전 감독은 이에 대해 "국내 무대와 해외 무대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싸우려고 하면 우리나라가 어떤 무기를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도쿄올림픽 때 보니 빠른 볼을 못 치더라. 또 시속 150km 후반대를 던지는 투수가 없다.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감독은 최근 소프트뱅크 감독 어드바이저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내가 은퇴한다고 한 적은 없다. 50년 넘게 해 온 지도자 생활이 끝났다고만 했다. 그런데 주위에서 은퇴라고 하니 그런가보구나 싶다"며 웃은 뒤 "이런저런 생각이 나는데 모든 것이 아쉽다. 과거를 돌아보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떠날 때는 늘 아쉽다"고 했다.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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