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팀도 해줬으면"…14년째 이어진 SSG 도그데이, 10개 구단 견주 팬 사로잡았다 [ST스페셜]

입력2026년 06월 17일(수) 07:00 최종수정2026년 06월 17일(수) 09:58
'도그데이'가 열린 랜더스필드 / 사진=SSG 제공
[인천=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인천 SSG랜더스필드 3루 외야 상단에 위치한 '몰리스 그린존'은 조금 특별한 공간이다. 일반 좌석 대신 잔디가 깔려 있어 평소 팬들은 돗자리를 펴거나 텐트를 치고 경기를 즐긴다. 그리고 1년 중 한 번은 더욱 특별하게 변신한다. 야구팬들 사이로 '네 발의 팬'들이 함께 입장해 잔디밭을 가득 채운다.

KBO리그 관중 수가 증가함에 따라 구단들의 마케팅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SSG 랜더스의 '도그데이'는 단연 KBO리그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이벤트다. 2013년 SK 와이번스 시절 프로스포츠 구단 최초로 시작된 도그데이는 올해로 14년째를 맞았다. 이제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하나의 스포츠 문화로 자리 잡았다.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SSG는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올해 도그데이를 기존 단일 경기 운영에서 벗어나 두 경기 규모로 확대했다. 지난 5일과 7일 KT위즈전에 진행됐는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양일 모두 10분도 안 돼 300명 이상의 신청자가 몰렸다. 이틀 합쳐 랜더스필드를 찾은 반려견은 약 250마리, 팬들은 600여 명에 달했다.

입양 연계 도그 퍼레이드에 나선 유기견과 마스코트 랜디 / 사진=SSG 제공
유기견 입양 홍보 부스 / 사진=SSG 제공
올해 도그데이는 규모뿐 아니라 의미도 넓혔다. SSG는 인천 지역 반려동물 지원 단체와 손잡고 유기견 입양 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7일 경기 전에는 10~15마리의 유기견이 워닝트랙을 걷는 '입양 연계 도그 퍼레이드'가 열렸고, 장외 광장에서는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유기견 입양 문의 부스가 운영돼 비반려인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SSG 관계자는 "최근 유기견 보호와 입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도그데이를 통해 반려동물 가족뿐 아니라 비반려인들도 관련 문화를 접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올해 행사를 더욱 특화적으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구단의 세심한 배려도 곳곳에서 돋보였다. SSG는 반려견의 안전을 위해 소·중·대형견으로 구역을 분리했고 의료진을 상시 배치했다. 더운 날씨를 고려해 별도의 그늘막 부스도 설치했다. 2023년부터 현장을 지켰온 의료 관계자는 "접종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있고 구역도 나눠져 있다. 지금까지 안전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주말 3연전 가운데 토요일(6일) 경기만 행사에서 제외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SSG 관계자는 "당초 3연전 모두 진행하는 방안도 생각했지만 토요일 경기가 지상파 중계로 인해 오후 2시 낮 경기로 편성됐다"며 "땡볕이라 사람도 힘든 날씨기 때문에 경기 시간을 감안했다"고 전했다.

양일간 경기 시작 수시간 전부터 랜더스필드는 평소와 다른 풍경으로 가득했다. 목줄을 차거나 유모차에 탄 반려견들이 보호자와 함께 입장을 기다렸다.

모자와 고글, 머리띠 굿즈로 한껏 멋을 낸 달이 / 사진=신서영 기자
2살 스트릿 출신 구월이. 보호자는 “9월에 입양해 이름을 구월이라고 지었다"고 설명했다. / 사진=신서영 기자
현장에서 만난 견주들은 도그데이 신청일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입을 모았다. 8살 달이와 함께 야구장을 찾은 설민(35) 씨는 "도그데이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예매하기 어려웠다. 4월부터 구단 SNS를 계속 확인했다"며 "달이와 대부분 일상을 함께하는 편인데 야구까지 같이 볼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고 웃어 보였다.

2살 반려견 구월이와 함께 온 김나운(32) 씨 역시 "도그데이는 전부터 워낙 유명했다. 올해는 일부러 기다렸다가 시간 맞춰서 신청했다"며 "구월이랑 같이 오니 정신은 없지만 너무 재밌다"고 즐거워했다.

SSG 반려견 유니폼을 입은 비숑 오월이 / 사진=신서영 기자
SSG 반려견 유니폼을 입은 말티푸 도토리 / 사진=신서영 기자
흔히 야구 팬들이 유니폼과 굿즈를 차려입고 직관을 오듯, 이날 랜더스필드를 찾은 반려견들도 저마다의 '개(犬)성'을 뽐냈다. SSG를 대표하는 붉은색 유니폼부터 모자, 고글, 키링 등 각종 아이템으로 무장한 반려견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SSG 반려견 유니폼을 입은 16개월 비숑 오월이와 함께 야구장을 찾은 진유민(23) 씨는 "평소 한 달에 한 번 정도 직관을 오는데 도그데이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강아지와 올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 보니 너무 설레서 잠도 못 자고 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직관 때 반려견 유니폼이 따로 판매되는 걸 보고 '다음에 도그데이 오면 꼭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보고 바로 구매했다"고 미소 지었다.

LG 유니폼을 맞춰 입은 김정현(28) 씨와 반려견 겨울이 / 사진=신서영 기자
도그데이는 야구를 사랑하는 반려인들이 하나가 되는 축제이기도 했다. SSG와 원정 팀 KT는 물론 KBO리그 여러 구단 유니폼을 입은 반려견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10년 넘게 LG 트윈스를 응원해왔다는 심성희(57)씨는 딸 김정현(28) 씨와 함께 반려견 봄(15), 여름(16), 겨울(7)이를 데리고 인천을 찾았다.

심 씨는 "SK 시절부터 도그데이에 6번 정도 참여했다. 타 팀 팬이지만 강아지와 야구장에 올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해마다 찾게 된다. 강아지들은 야구를 모르겠지만 가족처럼 함께 지내는 만큼 같이 오니 의미가 남다르다"며 "희망 사항이지만 다른 구단에서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위풍댕댕 퍼레이드 / 사진=SSG 제공
진도믹스 창석이는 체형에 맞는 반려견 유니폼이 없어 사람 유니폼을 입고 행사에 참가했다. / 사진=신서영 기자
5일 경기 전에는 반려견과 보호자가 함께 워닝트랙을 걷는 '위풍댕댕 퍼레이드'도 진행됐다. 보호자의 발걸음에 맞춰 그라운드를 밟는 반려견들의 모습에 관중석에서는 환호가 쏟아졌다.

올해로 두 번째 도그데이에 참가한 문송연(33) 씨도 4살 진도믹스 창석이와 함께 퍼레이드에 참여했다. 문 씨는 "직접 그라운드를 밟아보니 선수들이 얼마나 힘들지 느껴졌다. 날씨가 너무 더웠고 바람도 하나도 안 불었다"며 "반려견과 같이 그라운드를 밟으니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가 시작되자 강아지 팬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야구를 관람했다. 치맥을 즐기는 보호자 옆에서 개껌을 씹는 반려견도 있었고, 텐트에 누워 조는 반려견도 있었다. 응원가가 흘러나오면 짖거나 주인의 손짓에 맞춰 응원 동작을 따라 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5일 경기에서는 양 팀 합쳐 4개의 홈런포가 터졌다. 타구가 외야 쪽으로 높게 날아갈 때마다 일부 반려견들이 고개를 들고 공을 응시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라이온 킹' OST에 맞춰 포즈를 취하는 반려견과 보호자들. / 사진=SSG 제공
경기 중간마다 진행된 이벤트도 관중석의 폭소를 자아냈다. 4회초가 끝난 뒤 열린 '도그 키스타임'에서는 전광판에 잡힌 한 반려견이 견주의 뽀뽀를 끝까지 외면해 웃음을 안겼다. 클리닝 타임 때 열린 '도그데이 챌린지'에서는 응원단상에 오른 반려견들이 개인기를 선보이는 가운데 마스코트 랜디의 시범에 놀란 한 반려견이 짖어대며 웃음을 자아냈다.

구단의 노력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도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반려견 두부와 함께 랜더스필드를 찾은 SSG 포수 조형우도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에서 구단의 이러한 배려가 정말 반갑다"며 "과거에는 광주에 있는 가족들이 인천에 오더라도 홀로 남겨진 두부 걱정에 식사조차 제대로 못 하고 서둘러 내려가야 했다. 하지만 도그데이 덕분에 두부와 함께 온 가족이 여유롭게 직관을 즐길 수 있었다. 우리 팀만의 독보적인 팬 문화라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1200만 관중 시대를 맞은 KBO리그는 이제 단순히 경기를 보는 공간을 넘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장소로 진화하고 있다. 14년째 이어진 SSG의 도그데이는 올해도 랜더스필드를 조금 더 귀엽고 특별하게 만들었다. '네 발의 팬'들이 채운 외야 잔디밭은 야구장의 또 다른 즐거움을 보여줬다.

[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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