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최후의 인류 최평순 이미솔 박진우 PD 인터뷰 / 사진=EBS 제공 |
EBS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예능 포맷의 교양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국내 교양 프로그램이 글로벌 OTT플랫폼인 넷플릭스 TOP10 차트에서 4위까지 오르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업계의 관심도 커졌다. 이러한 뜨거운 관심의 주인공은 예능형 교양 프로그램인 '최후의 인류'다. 미국 애리조나 사막에 실제하는 인공 생태계 '바이오스피어2'를 무대로 삼은 과학 리얼리티쇼다.
프로그램은 기획 및 총 연출을 맡은 이미솔 PD가 오랜 시간 품어왔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미솔 PD는 "2016년에 한 책을 읽고 바이오스피어2라는 공간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게 됐다. PD가 되기 직전이었는데, 언젠가 한 번 다뤄보고 싶은 아이템이라 기회를 계속 노리고 있었다. 다큐멘터리로 풀어낼지 계속 고민하다가 제작 지원 사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실제 사건 속 8명처럼 리얼리티를 재현해볼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더라. 이후 한국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마침내 론칭하게 됐다"라고 비화를 밝혔다.
EBS 내부에서도 많은 PD들이 관심을 보였고, 그렇게 최평순 PD와 박진우 PD가 합류하면서 '최후의 인류'라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탄생하게 됐다.
이미솔 PD가 매력적으로 느낀 부분은 바이오스피어2가 가진 역사적 스토리 때문이다. 이 PD는 "당시 선발된 8인이 1991년도에 바이오스피어2 안에서 약 2년간 외부와 단절된 채 생활했다. 결과적으론 프로젝트는 결국 실패로 끝났는데 그 부분이 재미있다 생각했다"면서 "91년도에도 인간은 자신들의 과학을 높이 평가했고 우리가 살 수 있는 환경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자만'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인간은 자신들이 숨 쉴 공기조차 만들지 못했다"라고 91년에 진행된 바이오스피어2 프로젝트의 본질을 짚었다.
![]() |
| 이미솔 PD / 사진=EBS 제공 |
그렇게 실패로 끝난 뒤, 실험에 참여했던 8인의 행보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제작진이 여기에 프로그램의 방점을 찍은 듯 했다.
이 PD는"이후 8인은 환경운동가가 된다. 우주밖으로 가서 인간이 얼마든지 살 수 있다 생각했는데 결국 인간은 지구가 아니면 어디에서도 살기 어렵단 결론에 다다른 거다. 지구의 소중함, 지구가 얼마나 정교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를, 인간이 정확히 구현하기 힘들다는 결말이었다. 실패했지만 지구에 대한 메시지로 생각해서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자체로 실패가 아니라 지구의 대단함을 알려주는 중대한 실험이었다 생각됐다"라며 "우리가 리얼리티로 찍었을 때도 91년도에 시험 대원들과 비슷하게 느낄 거라 생각했다. 지구가 너무 커서 느끼지 못했던 공기, 식량, 폐기물, 순환 등 문제가 바이오스피어2 안에서 피부로 느껴진다. 마지막쯤 출연자들도 그런 지점을 91년도 대원들이 느낀 것처럼 느끼게 된다. 그걸 시청자도 함께 느끼는 게 목표다"라며 프로그램 기획 배경과 의도를 설명했다.
예능과 교양과학 사이, 재미와 유익함의 적절한 밸런스를 찾는 것이 제작진에게 있어 큰 숙제였다. 이미솔 PD는 "연예인과 과학자가 출연하면서 생존 리얼리티를 찍는다보니 1,2화는 '이게 예능인가?' 싶은 요소가 많다"면서 "기획을 할 때도 그러고 EBS에 맞는, 다큐에 방점을 찍은 프로그램으로 보였으면 했다. 초반에는 세계관 설정과 캐릭터를 보여주다보니 인위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다. 3화 정도에 들어서면 저희의 의도가 드러나는 부분이 보인다 생각된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렇기 때문에 출연자들도 1,2화까진 예능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PD는 "3화쯤 가서 진짜 실존하는 역사적 기지라는 걸 아는 순간 (출연자 반응이) 시청자와 일치하게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편이고 여타 예능이나 리얼리티와 차별되는 지점이라 생각된다"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최평순 PD는 "그동안 EBS가 해야하는, 좋은 메시지를 만들면서도 대중들에게 관심을 끌긴 어려워서 계속 목마름이 있었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이는 제작진이 교양과 리얼리티를 결합한 파격적 도전을 감행한 이유였다.
대중에게 좀 더 쉽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교육적 프로그램이 될 것이란 것은 자명했다. 다만 여러모로 한계가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최 PD는 "좋은 기획과 상대적으로 많은 제작비로 제작할 수 있는 기회라 모두가 의기투합해서 제작했다. 처음 제작하는 리얼리티라 많은 고충이 있었다. 저희끼리 토론도 엄청했다. 제한적인 요소가 많다. 정말 모든 걸 100%로 끌고가려면 훨씬 긴 제작비와 긴 제작기간이 필요하고 안전상의 문제도 있다. 제작자의 욕심을 다 부릴 수 없는 게 있어 기준선이 필요했다"라고 털어놓았다.
![]() |
| 최평순 PD / 사진=EBS 제공 |
출연자 7인이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하는 가상의 배경은 2038년. 이는 기후 재앙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시점으로, 시청자에게도 허구로 치부되지 않으면서 적당한 현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시뮬레이션에 의해 설정된 시점이기도 했다. 최 PD는 "실제로 환경 전문가들이 탄소 배출에 따른 기후위기 시나리오를 3개 정도 뽑는다. 그중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고 있다. 지금보다도 더 안 좋게 갈 수 있다란 자문교수님들의 의견이 있어서 좀 더 (지구·인류멸망에) 가깝게 잡아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바이오스피어2'라는 무대가 지닌 상징성과 중요성은 절대적이었다. 이미솔 PD는 "시청자와 출연자가 공간를 둘러싼 미스테리와 역사에 관심을 갖고 파고들게 되기 때문에 '또 하나의 출연자'라 생각된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박진우 PD는 "바이오스피어2를 지구의 축소판이란 상징으로 시청자가 받아들여주면 좋겠다 생각했다. 저희가 설정한 첫 미션의 위기 상황이 '온도 상승하고 기압이 상승해서 기지가 붕괴될 위기'다. 사고를 확장하자면 바이오스피어2가 지구를 모사한 것처럼 우리가 뭔가 하지 않으면 지구가 붕괴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청자의 생각이 확장되길 바랐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박 PD는 "더 나아가서 '지금의 우리는 과학으로 이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는가?' '근본적 위기를 해결해야 디스토피아를 마주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제작을 했다"면서, 출연자들이 겪는 위기 상황이 실제 인류가 직면한 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점을 꼬집었다.
이 프로그램은 리얼리티쇼와 교양과학을 결합한 예능형 교양프로그램을 표방하고 있다. 다만 초반까지는 예능적 성격이 강해, 연출진의 기획 의도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란 우려도 있었다. 이러한 걱정은 에피소드가 전개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풀려나갈 전망이다. 최평순 PD는 "초반에는 시청자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예능적인 부분을 강조했다"면서 "초반에는 공간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면 식량 편에서는 또다른 공간이 나온다. 각각의 생태계가 지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드 정보가 자막으로 나온다. 정보량을 조금씩 풀어가면서 교양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기후위기'는 전 인류의 공통된 난제이자, 개인의 의지나 노력만으론 해결되지 않는 문제기이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최후의 인류' 제작진은 많은 이들이 기후 위기라는 문제를 피부로 느끼며 온전히 자신의 문제처럼 체감하길 바랐다. 최평순 PD는 "지구가 워낙 크다보니 내 일상에 와닿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바이오스피어2에서 생활하면 내 문제로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 |
| 박진우 PD / 사진=EBS 제공 |
여타 리얼리티쇼들처럼 '탈락'이라는 시스템도 고려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솔 PD는 "처음엔 탈락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했다. 바이오스피어2를 깊게 들여다보니 탈락을 시킬 수 없겠더라.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기 때문에 출연자가 가진 능력을 모두 꺼내도 생태계가 유지될까말까한 상황이다"라며 탈락 시스템을 최종적으론 고사한 이유를 밝혔다.
결국 경쟁이나 탈락보다는 협력과 조율이 이 생존 리얼리티의 핵심 열쇠가 됐다. 이 PD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미션 등 경쟁하기도 한다. 그런데 경쟁하더라도 다른 프로그램과 다른 결이다. 바이오스피어2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어떻게든 협력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나온다는 점에서, 우리만의 차별화된 지점일 거 같다"라고 했다.
제작기간만 1년.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 레거시 미디어의 위기와 공영 방송사의 책무 사이, PD들의 치열한 고민 속에서 '최후의 인류'가 탄생했다. 최평순 PD는 "자연다큐에서 1년은 긴 시간이 아니다. 4계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긴시간은 아니엇지만, 다큐가 눈물 시리즈처럼 시청률 30% 넘는 그런 시대는 지났다. 대중적 접점을 넓히기 힘든 상황에서 탈출구가 될 수 있다 생각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제작했다. 1년이란 시간을 압축적으로 촬영한다는 게 버거운 일정이긴 했지만 기존 다큐에서 막혀있던 부분을 뚫을 수 있다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박준우 PD 역시 "진짜 고민하는 부분이다. 레거시의 위기다란 얘기도 많지만, 적절한 공영방송으로서 뭘 해야할까 작품마다 고민을 한다. '매스미디어를 모두가 본다'는 공식이 예전처럼 통용되지 않더라도 우리사회 공동체가 가진 최소한의 토대와 담론을 방송사가 만든다 생각한다. 그런 책임감도 늘 느끼고 있다"면서 EBS의 연출자로서의 남다른 소명의식을 드러냈다.
최평순 PD가 말한 것처럼 '최후의 인류'는 공영방송사로서의 의무를 다하면서도 시청자에게 좀 더 다가가고자 하는 PD들의 도전과 고민의 산물이다. 박 PD는 "다만 예전의 방식이 답습되지 않도록, 동시대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형태에 대한 고민이 있다. 이 프로그램이 그 중 하나로 괜찮게 다가갔다 생각되는 게 '체험'의 방식으로 다가간 게 시대적 흐름과 부합하지 않나 싶다"라고 평했다.
매주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한 편씩 공개되는 '최후의 인류'는 아직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것이 많다. 이미솔 PD는 "이제 시작이다. 식량, 바다, 자원순환, 토양 등 다양한 문제를 다룰 현재의 바이오스피어2는 이제 시작이다"라며 시청을 독려했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