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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대형말, 레스타크의 고가교, 여인의 흉상, 파리의 도시 |
이번 전시는 단순히 퐁피두센터 소장품을 옮겨온 순회전이 아니라, 한국과 프랑스가 공동으로 기획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시는 큐비즘을 하나의 양식이 아닌 '복수의 흐름'으로 바라보며, 1907년부터 1927년까지 약 20년에 걸친 전개 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전시를 총괄한 크리스티앙 브리앙 수석 큐레이터는 큐비즘을 "20세기 미술사의 가장 급진적인 혁명"이자 "모든 미술 흐름을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규정했다. 실제로 전시는 세잔의 영향을 받은 초기 실험을 시작으로, 형태를 해체한 분석적 큐비즘, 대중화 과정을 거친 살롱 큐비즘, 색채와 리듬을 강조한 오르픽 큐비즘, 그리고 전쟁 이후의 변주와 국제적 확산까지 여덟 개 섹션으로 나눠 흐름을 따라간다.
전시장에는 파블로 피카소, 조르주 브라크를 비롯해 페르낭 레제, 후안 그리스, 로베르 들로네, 알베르 글레이즈 등 큐비즘을 이끈 작가 43인의 작품 91점이 소개된다. 입구에서는 레몽 뒤샹-비용의 청동 조각 '대형 말'이 관람객을 맞이하며, 회화에서 출발한 형태 해체가 조각으로 확장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시장 내부에서는 브라크의 '레스타크의 고가교'가 풍경을 기하학적 구조로 단순화한 초기 실험을 드러내고, 피카소의 '여인의 흉상'과 '기타 연주자'는 대상과 공간을 여러 시점에서 해체하고 재구성한 분석적 큐비즘의 특징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어 레제의 '결혼식'과 그리스의 '아침 식사'는 큐비즘이 대중적 미술 운동으로 확장된 양상을, 들로네의 '파리의 도시'는 색채 중심의 오르픽 큐비즘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피카소의 대형 발레 무대막 '메르퀴르'다. 폭 약 4m에 달하는 대작으로, 1924년 공연을 위해 제작된 이 작품은 유기적인 곡선과 기호적 선을 통해 회화가 무대예술로 확장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전시는 큐비즘을 과거의 미술 사조로만 다루지 않는다. 하나의 시점으로는 세계를 설명할 수 없다는 큐비즘의 문제의식은 이미지와 정보가 동시에 쏟아지는 오늘날의 감각과도 맞닿아 있다. 사물을 해체하고 다시 구성하는 시선은, 복잡한 현대 사회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읽힌다.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은 10월 4일까지 여의도 63빌딩 별관 퐁피두센터 한화에서 진행된다.
[스포츠투데이 김규원 칼럼니스트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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