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의 미친 '호프', 156분간 몰아친다 [무비뷰]

입력2026년 07월 14일(화) 17:56 최종수정2026년 07월 14일(화) 17:52
호프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냐." 충격적인 156분이다. 호포항 주민들과 쉼 없이 달리고 쫓고 쫓기다 보면 어느새 거대한 진실을 마주한다.

15일 개봉되는 영화 '호프'(감독 나홍진·제작 포지드필름스)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순경 성애(정호연)가 성기(조인성) 등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찾아나선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범석과 성기 일행이 길목에 쓰러져 있는 소를 발견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호랑이 탓이라 범석과 성애는 노인들뿐인 마을을 지키기 위해 내려가고, 성기 일행은 산속을 수색한다.

하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들은 놈들의 사냥감이 돼버리고, 어이없게 발생한 불행은 수습 불가다. 이 난리는 결국 호포항을 넘어 우주의 비극으로 번지고 만다.



나홍진의 10년 역작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호프'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나 감독의 도전정신과 실험정신이 고스란히 담겼다. 코어인 '긴장감'은 156분 동안 각기 다른 강도로 정교하게 흐른다. 초반 1시간, 후반 30분, 그리고 마지막 10분. 눈앞에 펼쳐진 장면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또 하나의 서막이 열린다.

나 감독의 전작 '곡성'이 관객들에게 이스터에그(숨겨놓은 메시지)를 발견하는 재미를 안겼다면, '호프'는 일반적인 플롯을 깨고 결말에 다다랐을 때 신선한 충격을 안기는 구조로 진행된다.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폭발적인 에너지만 남는다.

영화 시작부터 1시간 동안 몰아치는 액션은 압도적이다. 미지의 존재로부터 쫓고 쫓기는 범석의 심리상태는 고스란히 관객과 동일시된다. 카메라가 숨 쉴 틈 없이 내달리고, 긴장감은 눈앞에 있는 듯 생경하게 펼쳐진다.

미지의 존재와 주인공들이 마주하는 에너지는 실제 대면한 듯 리얼하다. 특히 황정민은 초반 1시간 동안 공포에 질린 얼굴과 충격을 오롯이 소화한다. 카체이싱과 총기 액션을 보여주는 정호연도 이번 작품을 통해 스펙트럼을 입증해낸다. 특히 조인성이 소화한 액션은 전무후무하다. 마지막 액션 시퀀스가 CG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놀랍다. "더 이상 할 게 있을까 싶다"는 그의 헌신적인 살신성인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조연 배우들도 제 역할을 해낸다. 이야기의 핵심 캐릭터인 음문석, 호흡을 반전시켜주는 임현식, 황석정 등은 '호프'의 빈틈을 메운다. 의외의 순간에 설계된 블랙코미디도 적재적소에서 터진다.

모든 영화가 그렇듯 호불호는 갈린다. '호프'는 나홍진이 그간 보여줬던 분위기와는 다르다. 여기에 SF라는 소재까지 버무려 낯설 수밖에 없다. 우려했던 CG의 퀄리티도 깊게 들어가면 아쉽다. 하지만 피부로 와닿는 156분 동안의 영화적 체험은 가히 압도적일 것이라 자부한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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