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한계를 넘어선 아름다움 [무비뷰]

입력2025년 11월 19일(수) 08:55 최종수정2025년 11월 19일(수) 08:42
국보 / 사진=미디어캐슬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재능, 혈연. 가질 수 없기에 넘어서야 한다. 예술을 쫓는 두 청년의 희로애락이 담긴 '국보'가 3시간 동안 숨죽이게 한다.

19일 개봉된 영화 '국보'(감독 이상일)는 국보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서로를 뛰어넘어야만 했던 두 남자 키쿠오(요시자와 료)와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의 일생일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1964년 어느 겨울, 야쿠자 신년 연회장에서 시작된다. 가부키 공연이 시작되고,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온나가타(여자 역의 남자배우)로 분한 키쿠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당대 최고의 가부키 배우 하나이 한지로(와타나베 켄)도 키쿠오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본다.

그 순간 급습한 반대파로부터 키쿠오의 아버지이자 두목이 살해당한다. 한지로는 키쿠오를 자신의 집으로 거둬들여 적통 후계자인 아들 슌스케과 함께 가부키 수업을 받게 한다. 혹독한 훈련은 잠을 자기 직전까지 이어진다. 라이벌이자 동시에 '가부키'라는 아름다움을 쫓는 두 청년은 고생을 함께하며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된다.

키쿠오와 슌스케는 빠르게 성장한다. 함께 선 첫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신예' 배우로 주목받기 시작한다. 하지만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있지만 적통이 아닌 키쿠오. 적통 후계자이나 키쿠오보다 재능이 뒤쳐지는 슌스케. 각자의 한계가 분명해질수록 두 사람의 갈등은 깊어진다. 일본 최고의 가부키 배우, 예술의 경지에 오른 단 한명 뿐인 '국보' 타이틀은 누가 거머쥐게 될까.

'국보'는 아름다움을 쫓는 두 청년의 이야기다. 눈으로 보여지는 아름다움뿐만이 아니다. 가부키라는 예술을 향한 순수한 열망, 마주하는 잔혹한 한계와 현실마저도 끝내는 '아름답게' 그려진다.

가부키 무대 또한 공들인 티가 난다. 극중극으로 전개돼 실제 가부키 배우들의 공연을 보는 듯 감동이 전해진다. 가부키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이해할 수 있다. 두 청년의 희로애락이 가부키 무대 곳곳에 묻어나 자신도 모르게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고 만다.

두 청년 키쿠오와 슌스케의 애증, 동경, 연민은 각자의 한계와 맞물려 터져나온다. 가부키는 혈연 중심으로 이뤄지는 철저한 세습 문화다. 재능이 있어도 뒷배가 되어줄 혈연이 없다면, 유리천장을 깨지 못한다. 키쿠오는 천부적인 온나가타 배우이나,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없기에 수백번 좌절한다. "네 피를 컵에 담아 마시고 싶다"며 슌스케의 피를 간절히 원하는 키쿠오의 대사는 '국보'를 관통한다.

키쿠오를 연기한 요시자와 료와 슌스케를 연기한 요코하마 류세이의 열연은 빛이 난다. 무대 위에서 반짝이던 두 사람은 무대 뒤 아픔까지 오롯이 그려낸다. 특히 요시자와 료의 눈빛과 섬세한 손짓, 몸짓은 가히 인상적이다.

다만 '국보'는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란 장벽이 존재한다. 의외로 중반부까진 긴장감있게 흘러간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극장 안 숨소리까지 들릴만큼 고요한 장면이 다수 있어 루즈하게 느껴질 수 있다. 여기에 가부키라는 다소 낯선 일본 전통 문화, 정서가 국내 관객에게도 통할지 미지수다.

그럼에도 '국보'는 예술인의 숭고함, 울림을 안겨줄 것은 분명하다. 아름다운 예술 영화 '국보'가 국내에서도 흥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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