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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프 나홍진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
'호프'(감독 나홍진·제작 포지드필름스)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순경 성애(정호연)이 성기(조인성) 등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추격자' '황해'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약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자, 한국 시골 마을과 외계인을 버무린 한국형 SF 블록버스터로 주목받고 있다. 제79회 칸 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경쟁부문에 초청돼 현지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오는 15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만난 나홍진 감독은 "떨린다. 이 영화를 쓸 때는 현실 속 네거티브함이 충만할 때였다. 심도 높은 장르 영화의 밸런스 축을 옮겨야 한다고 생각했고, 장르적으로 축을 옮기면 영화가 글로벌하게도 갈 수 있을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만들었다. 한국 관객은 한 작품에 다양한 장르가 섞인 것을 선호하거나 영화 속에 여러 장르를 넣기를 바라기도 한다. 심혈을 기울여서 '호프'를 만들었는데, 조금 낯설수도 있다. 긴장되고 떨리는 그런 느낌"이라고 운을 뗐다.
칸에 이어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외계인과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추격자' '황해' '곡성'으로 자신만의 장르에 변주를 시도해왔던 나홍진 감독이다. 이번에 그가 왜 SF 장르, 외계인이라는 소재를 택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SF라고 하기에는 민망하고 외계인이라고 하기엔 비주얼도 낯설 것이다. 크리쳐물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어떤 이야기를 할까 고민했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좀 비슷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내가 고민했거나 걸어온 길을 또 하고 싶지 않아서 매번 작품에서 새로운 소재를 생각해 왔다. 그러다 '곡성' 초자연까지 갔고, 생각을 하다보니 우주까지 생각이 가고, 외계인, 인간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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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프 황정민 |
"'호프' 속에서 외계인을 단순하게 '인간의 상대'로 규정 지으려 하지 않았어요. '곡성'에서 초자연이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그 이상의 것을 이야기하는 거죠. 더 상위의 존재에 대해, 이들에게 벌어진 일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죠. 엔딩을 보면 드러납니다. 이야기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죠.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의 유일한 희망이 무엇인가, 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죠. 이런 비극적인 상황을 바라보는, 사건을 바라보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이야기를 다룬 거에요".
이는 영화 제목 '호프'와도 연결됐다. 나 감독은 2시간 동안 폭력과 비극을 보여주고 마지막 10분 동안은 다른 개념의 정의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관하다고 볼 수 있지만 무관할 수는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는 은유이자, 상징적 정의, 어떤 바람이라는 식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나홍진은 새로운 소재와 장르에 도전하고, 머릿속 메시지와 상상력을 우주라는 세계관으로 투영했다. 플롯 위 중심 소재인 '외계인 구현 과정'은 나 감독을 지독하게 괴롭힐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전 작품을 제작할 때보다 훨씬 힘들었다. 외계인 손가락에 피가 얼마나 있는지까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미치겠다. 할일이 너무 많다. 애니메이션 제작하는 분들이 존경스러웠다. 사운드도 계속 수정했는데 믹싱실에서도 이제 제발 그만 오라고 하더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특히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카메론 브리튼을 모션 캡처와 페이셜 캡처로 외계인을 구현한 나 감독은 "마이클 페스벤더의 진짜 얼굴을 알고 있는게 어려운 거다. 하지만 관객분들은 그들을 정교하게 아실리가 없지 않나. 이러한 갭이 있다. 이 캐릭터 안에서 특징, 인상을 만들려고 엄청 노력했다. 마이클 같은 경우에는 이목구비를 그대로 땄다"고 설명했다.
"콘셉트 단계부터 스트레스였어요. 키 큰 사람에게 탈을 씌워서 할껄. 내가 왜 이런 짓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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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이 등장하지 않은 영화 초반 50분은 '호프'의 도전적인 결심이 묻어나는 지점이다. 오로지 범석(황정민)이 정체모를 외계인에 쫓기고 쫓으며 긴장감을 이끌어가는 대목이다. 이러한 시도는 배우 황정민에 대한 강력한 믿음이 뒷받침됐다. 나 감독은 "황정민은 믿을 수밖에 없는 배우다. 이미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퍼포먼스를 해내고 증명했다. 혼자서 달리고 구르고 숨으면서 외계인을 추적하고 이 모든 것을 점층적으로 표현해야 했다. 장르 영화로서 프로페셔널하게 제대로 드러내보려는 욕심이 있었다. 황정민이라는 믿음, 스태프들에 대한 확신에 가까운 믿음이 있었기에 도박적인 결심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 감독의 실험적인 시도는 영화 곳곳에 자리했다. 플롯 구조, 인간과 외계인의 시점 등은 결국 마지막을 위한 계산된 장치였다. 나홍진은 "관객은 범석이를 볼 때랑 성기를 볼 때와 다를 것이다. 관객분들에게 앞선 60분 동안은 아무 정보 없이 외계인을 만나는 시나리오였다면 뒤에 50분은 어느정도의 정보를 가지고 성기라는 인물을 쫓아가며 액션을 보는 구조로 간다. 그제서야 엔딩에 당도하는 거다. 관객이 정보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액션을 보는 느낌을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시간이 되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나 감독은 '호프'를 만들면서 하루도 쉬지 않았다며 영화 완성도에 대한 완벽주의에 가까운 면모를 보여줬다. 수없이 믹싱실을 드나들고, 아직까지 후반 작업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그의 말이 경이로울 수준이었다. 칸에서 아쉬웠던 지점을 보완하고, CG와 색보정을 다시 다듬었다. 러닝타임도 시발점이 되는 존재를 강화시키고, 부연 설명을 하는 캐릭터를 압축시켜 최종 156분이 됐다는 설명이다.
공교롭게도 '황해' '곡성'도 156분. "집착은 절대 아니에요. 저도 놀랐어요. 제 안에 리듬 같은 게 있는 것 같네요. 다음엔 깨보겠습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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