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0주년' 판빙빙 "'가능한 사랑'이 보여준 좋은 연기, AI 배우는 할 수 없다" [31st BIFF 종합]

입력2026년 10월 07일(수) 12:38 최종수정2026년 10월 07일(수) 13:50
[부산=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배우 판빙빙이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참석한

7일 부산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판빙빙, '미친 노인의 일기' '그녀가 말했다'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이날 판빙빙은 "안녕하세요. 판빙빙입니다"라고 한국어 인사를 한 뒤 "(부국제에) 다시 오게 돼서 너무 기쁘다. 매번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는다. 개막식에 참여할 때마다 흥분된다. 한국에 있으면서 영화제를 보면서 한국 현지에 있는, 또 글로벌 여러 감독님들과 배우님들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미친 노인의 일기'는 할리우드에서도 아시아계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활약해온 웨인 왕 감독의 신작이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죽음을 앞둔 노인의 육체적 쇠락과 그에 대비되는 적나라한 성적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그녀가 말했다'는 남자친구에게 청혼을 받은 여자가 과거 범죄단지에서 로맨스 스캠을 하다가 탈출했다는 고백을 하는데, 사랑을 볼모로 사람을 속여온 그녀의 말이 어디까지 진실일지를 다룬다.

판빙빙은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제가 부천에 '지모'라는 영화를 갖고 왔다. 이번에는 두 편의 작품, 한 편은 장편('미친 노인의 일기'), 한 편은 단편('그녀가 말했다')이다. 생각해보니 최근에 열심히 일한 것 같다. 장편에 대해 말씀 드리면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이었고 웨인 왕 감독님도 제가 좋아했던 감독님이다. 감독님께서 저를 찾아주셨을 때는 굉장히 특별한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분이 그 나이대가 되셔도 창작을 하신다는 게 인상 깊었다. 원작이 나이, 질병, 죽음에 대한 소설이었고 유의미한 작품이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작품을 찍으려고 했을 때 감독님은 이 작품이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될 거라고 말씀하셨다. 70대임에도 모니터 앞에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내려고 하고 창의력이 있는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고 자신만의 심경을 토로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즐거웠다. 하지만 영화를 다 찍고 나니 감독님이 '이제는 더 많은 작품을 찍을 수도 있겠다'고 하셨다. 그분께서 저를 초대했을 때의 심경과 즐겁게 찍고 나서의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저는 웨인 왕 같은 중국계 미국인, 일본인 배우와 함께 협력하는 자체는 굉장히 재밌었다. 이러한 협력 자체에서 언어가 소통의 장애가 될 수도 있지만 저는 그것보다도 언어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영화적이나 교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녀가 말했다'에 대해선 "싱가포르 신인 감독(아이번 탄) 작품이다. 이 분께서 저를 찾아주셨을 때는 불안해하셨다. 프로듀서님께서 저를 찾아주셔서 '젊은 감독이 있는데 이 분이 아카데믹한 감독이고 학교에서 영화를 가르치는 분인데 이러이러한 작품을 찍고 싶은데 가능하겠냐' 하셨고 저는 극본이 재밌어보이기 때문에 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이 영화를 재밌게 놀았다고 생각한다. 비록 촬영하는 과정 속에서 힘들었지만 싱가포르, 대만, 부산까지 초대를 받아서 이런 성과를 신인감독에게 줄 수 있다면 영화인으로서는 서로 도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판빙빙은 작품 선택 기준도 밝혔다. "저는 저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즐겁게 놀 수 있는지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스태프와 배우, 감독님들과 함께 놀아서 즐겁기만 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좋은 캐릭터와 극본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극본, 새로운 캐릭터, 새로운 감독들과 함께 노는 것이 중요하고, 노는 과정이 즐겁고 행복한 것을 중하게 생각한다. 그렇게 모두 즐겁게 놀아야만 좋은 컨디션을 찾을 수 있고 스트레스도 덜 받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여러 가지 캐릭터 영화를 했다. 제가 비록 중국 배우이지만 다양한 나라와 협업을 해왔다. 각 나라마다 자국만의 스타일이 있고 영화 언어가 있고 그에 따른 특수한 색이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영화를 도전할 때마다 새로운 걸 하게 된다. 영화 '지모'를 찍을 때는 5개 국어를 했고 '미친 노인의 일기' 때는 현지 언어를 배우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저에게 새로운 창문을 열어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창문을 통해서 밖에 있는 영화가 이렇게 새롭고 이렇게 재밌고 새로운 가능성이 있다고 포착하게 된다. 이 가능성이 있어야만 새로운 걸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캐릭터를 만난다는 게 행복하다. 많은 배우들이 나가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고 그래야 예술에 대한 눈을 찾을 수 있다. 그래야 새로운 차원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많이 나가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히 판빙빙은 '미친 노인의 일기' 속 캐릭터에 대해 조명했다. 그는 "저는 배우로서 캐릭터를 선택함에 있어서 위험함에 처해 있는 캐릭터에 도전하는 걸 좋아한다. 위험한 것에 대해서 자주 만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소설 원작이 특별하다. 70대 노인이 신체가 퇴화되고 나이로 충격을 느끼고 있지만 욕망만은 살아있다는 부분이 중요하다. 심경에 파괴가 있고 그걸 자각하는 과정이 나타난다. 사실 우리는 그런 나이대에 있는 노인, 부모님 세대,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의 욕망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다. 그들의 욕망이 낮아지고 낮은 기대치로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정상적인 인간으로서의 욕구를 무시해왔는 건 아닌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는 "이 주인공의 행동의 불편, 정신력 파괴가 있지만 자신만의 욕망으로 새로운 불꽃이 피어나는 모습이 보인다. 이 영화에서 릴리 프랭키가 연기하는 관계에서 위험한 욕망에서 새로운 불꽃이 나온다고 생각하고 이 과정에서 감독님이 블랙 코미디한 방식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토론토에서 상영됐을 때는 굉장히 다른 피드백을 받았다. 좋아하시는 분들은 호평해주셨고 일부 관객분들께서는 불편해하시기도 하고 다른 감상평을 내주신 분들도 있다. 영화는 평평한 평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좋아하고 누군가는 싫어할 수 있다. 관람하는 당시의 심경에 따라서 전혀 다른 걸 캐치한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즐겁게 놀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감독님께도 릴리 프랭키와 새로운 도전을 해보면서 저는 전과 다른 것을 느꼈다고 하셨다. 감독님께서는 전에 영화를 찍었을 때는 촬영하고 편집했을 때 백번 이상 자신을 죽이고 싶다고 하셨다. 편집을 하려고 하면 자기가 찍고 싶은 영화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번 영화는 편집 과정도 행복했고 원했던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신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전달하고 싶은 걸 배우가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중요하고 배우에 따라 다르게 표현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답이 길어지며 통역사의 통역이 길어지자 판빙빙이 한국어로 "피곤해요?"라고 물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마지막으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판빙빙은 어떠한 연기가 좋은 연기고, 어떠한 연기가 새로운 감정을 주는지에 대해 답했다. 그는 "저는 이창동 감독님의 '가능한 사랑'을 봤을 때 AI 배우는 절대 저러한 연기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제가 데뷔 30년이 됐는데 연기로부터 쇼킹을 받았다. 그 속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감독님도 배우를 잘 알기에 연기의 변화, 비주얼적인 쇼킹을 줄 수 있었고 스토리에도 관계성, 삶에서의 고난 등등을 잘 보여줬던 것 같다. 저는 그렇기 때문에 '어떤 부분이 좋은 연기일까'도 저는 이러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판빙빙 / 사진=팽현준 기자

[부산=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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